신한, 리딩뱅크 탈환 '승부수'… 순익 3400억 '보험 大魚'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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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인수하는 신한금융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을 품에 안으면 2007년 LG카드(현 신한카드)를 인수합병(M&A)한 이후 약 10년 만에 성사시키는 빅딜이 된다. 신한금융은 이로써 지난해 KB금융에 뺏긴 1위를 되찾고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자존심을 세울 기회를 얻었다.신한금융은 2011년 은행권이 공통으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후 줄곧 1등 금융그룹을 지켜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KB금융에 이 자리를 뺏겼다. KB금융이 2015년 6월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그룹 순이익이 연간 3000억원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이 때문에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M&A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절치부심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재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계열사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미래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MBK 보유 지분 59% 2조5000억에 인수키로
KB에 추월당한 후 절치부심…10년 만에 '빅딜'
은행·카드에 치중됐던 계열사 포트폴리오 다양화
전·현직 임원 자녀 채용비리 의혹 검사는 '부담'
◆ING생명 인수 위한 경쟁 치열
ING생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업계의 최대 M&A 매물이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모두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계열사 포트폴리오 다양화 이슈까지 겹치면서 ING생명 인수전에 함께 뛰어들어서다. 두 회사 간 경쟁이 계속되면서 ING생명의 주가는 지난 2월 6만2100원까지 뛰어올랐다.KB금융과 신한금융 모두 강력한 인수 의지가 있었음에도 서로 눈치만 봤던 것은 가격 때문이었다. KB금융은 2013년 ING생명 지분 100%를 2조2500억원에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해놓고도 KB금융 이사진의 반대로 거래가 무산됐다. 이번엔 MBK파트너스가 당시보다 적은 약 60%의 지분을 더 높은 가격인 3조원 안팎 수준으로 부르자 선뜻 인수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도 마찬가지였다. 내부적으로 2조원대로 가격이 내려와야 인수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기회는 뜻밖의 순간에 찾아왔다. KB금융이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ING생명 인수 작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해서다. 인수 경쟁자가 사라지니 ING생명의 주가도 10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4만38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딜이 가능한 가격으로 거의 근접했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신한, KB 제치나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완료하면 KB금융을 제치고 다시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KB금융은 3조3119억원으로 1위, 신한금융은 2조9719억원으로 2위였다. ING생명은 지난해 매출 4조3423억원, 당기순이익 3402억원을 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당기순이익이 3조3121억원으로 늘어 KB금융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할 수 있다.
신한금융의 수익 포트폴리오도 개선된다. 신한금융은 전체 당기순이익의 55.2%가량을 신한은행에, 또 29.5%가량은 신한카드에 의존하고 있다. ING생명이 자회사로 편입되면 4% 수준이던 보험사 비중은 14%까지 늘어난다.
보험업계도 대규모 지각변동을 겪는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한 뒤 자회사인 신한생명과 합병할 경우 자산 62조원 규모의 업계 5위 생명보험사가 탄생한다. 특히 ING생명과 신한생명 모두 2021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비교적 잘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해 금리 역마진을 겪고 있는 대형 보험사들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금융감독원이 최근 임원 자녀 채용 의혹이 제기된 신한금융 계열사 검사에 들어간 점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12일부터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캐피탈을 대상으로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채용의 적정성과 금감원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한금융 관련 제보건을 점검할 예정이다. 점검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면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에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살펴야 한다”며 “금감원 검사 결과 혹시라도 신한금융이 제재를 받게 된다면 신규 M&A가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신영/안상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