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이 불붙인 중·고교 '미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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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학창시절 악몽' 폭로
서울 청원·용화여고 등 확산

10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노원구 청원여고 소속인 50대 이모 교사는 제자 상습 성희롱 및 성추행 혐의로 지난달 직위 해제된 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원여고 졸업생 A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학 시절 이모 교사가 허벅지나 엉덩이 등 신체 부위를 만지고 얼굴에 입을 맞추는 등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글을 게재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A씨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선후배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들까지 나서서 응원 댓글을 올렸다. “자신도 당했다”는 성폭력 경험담이 줄을 잇기도 했다.인근 용화여고 졸업생 96명은 최근 재학시절 네 명의 남자 교사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해당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남자 교사 네 명이 수업 도중 성적 발언을 일삼는 것은 물론 학생의 엉덩이나 가슴을 툭툭 치거나 입술이나 볼에 입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민원을 접수한 시교육청은 용화여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하고 해당 교사 네 명과 전교생 설문조사를 통해 추가로 가해 사실이 확인된 교사 한 명 등 다섯 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인근 Y중학교나 경기 평택 A여중, 충북 청주 B여고 등에서도 졸업생 및 재학생들의 ‘미투’가 잇따르고 있다.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과거 성폭력 피해를 당하더라도 각종 불이익을 우려해 침묵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문제를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학생들의 인권 의식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SNS를 통한 선후배들의 공조가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