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이로 태어난 괴수들의 도심 난투

판타지액션 영화 '램페이지'
유순한 흰색 고릴라가 갑자기 엄청난 크기의 괴수로 변해 동물원을 탈출한다. 몸집이 커졌을 뿐 아니라 박쥐의 날개까지 보태진 괴물 늑대는 도심을 파괴하고 인간을 살육한다. 악어는 공룡처럼 변해 마천루를 기어오른다. 세 괴수는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와 북부 와이오밍, 동남부 플로리다 등에서 각각 출발해 최종 접전지인 시카고까지 이동하면서 미국 전역을 초토화시킨다.

액션스타 드웨인 존슨이 주연한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 ‘램페이지’(12일 개봉)는 기상천외한 괴수들이 풍성한 볼거리를 전해준다. 세 괴수는 모두 생체 무기를 개발해 떼돈을 벌려는 에너진이란 생명공학기업이 유전자 편집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탄생했다. 이들은 유전자변형 물질을 포함한 가스를 마신 뒤 변이가 일어났다. 이 물질에 노출되면 완력과 공격성이 증가할 뿐 아니라 다른 종의 DNA와 결합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변모한다. 가령 고릴라는 평생 성장이 멈추지 않는 상어의 유전자에다 장수풍뎅이의 힘, 치타의 속도, 아프리카 가시생쥐의 빠른 회복력 등을 섭렵해 상상을 초월한 힘과 스피드를 갖게 된다.도입부에서 사람과 크기가 비슷하던 고릴라가 후반부에는 ‘킹콩’처럼 변한다. 뉴질랜드 기업 웨타디지털이 창조해낸 괴수들은 실제처럼 정교하다. 미세한 털 하나하나까지 공들여 만들어낸 덕분에 생동감이 넘친다.

영화는 괴수들을 통해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은 인류의 재앙이라고 경고한다. 그렇지만 괴수보다 더 나쁜 것은 사람이다. 에너진의 경영자는 재앙이 일어났음에도 반성할 줄 모른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괴물 고릴라는 치료제를 맞고 유순한 본성을 회복한다. 동물원 관리자 존슨과 수화하면서 인간을 위해 자신의 힘을 보탠다.

존슨은 동물에 빠져 독신으로 산다. 한 동료가 “사람보다 동물을 더 좋아하는 너는 이상해”라고 말하자 존슨은 “동물들은 날 이해하거든”이라고 되받는다. 극 중 에너진 경영자는 자기 욕심을 채우는 데만 관심을 두지만 고릴라는 다른 개체를 위해 희생할 줄 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