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순매수 '합병 후 최대'… 삼성물산, 박스권 뚫을까

삼성바이오 등 자회사 '고공행진'
실질적 지주사 역할 기대감도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을 외국인투자자가 대거 매수하면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후 최대 규모의 외국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삼성물산 주식 4117억3983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15년 9월1일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해 재상장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삼성SDI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지난 10일 장 마감 후부터 이날 장 시작 전까지 시장에 내놓은 삼성물산 지분 2.13%(404만2758주) 중 73%가량을 외국인이 사들인 결과다. 하지만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 소식으로 장중 매도세가 몰리면서 이날 삼성물산은 4500원(-3.13%) 떨어진 13만9500원에 마감했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물산 주가가 지난 1년여간 갇혀 있던 박스권을 뚫을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물산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주가가 고공행진 중인 데다 순환출자 해소로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계열사 지분 매각에 따른 영향은 단기적일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오히려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우려를 해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상당수 전문가는 중장기적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우선 지분 보유 계열사의 ‘선전’이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삼성물산이 최대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율 43.44%) 주가는 올 들어 57.41% 올랐다. 지분가치만 7조원 넘게 늘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약 26조4000억원)은 보유한 상장주식 지분가치(36조원)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6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70억원)보다 17.37%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