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영원히 멈춘 그 결정적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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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발끝에 체중을 실은 발레리나가 몸을 활처럼 휘면서 팔과 다리를 사방으로 힘차게 뻗고 있다. 하얀 입자들이 연기처럼 무용수 주변에 피어오르고, 뒤에서 들어오는 빛은 짙은 음영을 드리웠다. 이 독특한 장면은 러시아 사진가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의 작품이다. 발레리나의 몸에 밀가루를 잔뜩 바른 상태에서 역동적 춤동작을 하는 순간을 찍은 것이다. 공중에 흩날리는 흰 가루, 인물의 몸짓 그리고 빛이 어우러져, 신비한 기운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춤 사진을 주로 찍던 야코블레프는 독창적 작품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 끝에 밀가루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니 인체의 움직임은 물론 그 파장까지 흰 가루를 통해 보여줄 수 있게 됐다. 모든 움직임은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절정의 시간은 찰나일 뿐, 이내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사진은, 그 결정적 순간을 이렇게 영원히 멈춰서게 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