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25초 영화제 시상식] 애달픈 자식 사랑·절절한 가족 사랑… 思父曲도 가슴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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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우수작 3편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존재라고 하면 먼저 ‘어머니’를 떠올린다. ‘2세상 5직 하나뿐인 OOO’란 주제의 ‘이마트 25초 영화제’에서 일반부 대상 작품에 그런 어머니가 그려졌다. 하지만 다른 수상작에는 유독 아버지의 자식 사랑, 아버지의 고충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
일반부 우수상을 거머쥔 세 작품 모두 아버지를 카메라에 담아냈다. 박정호 감독의 ‘2세상 5직 하나뿐인 아빠의 정성’은 딸에게 잘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을 비춘다. 딸은 계속되는 오디션 낙방에 상심해 술에 잔뜩 취해 귀가한다. 아버지는 딸을 걱정하며 한숨도 못 자면서도 정작 딸에겐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난 딸은 아빠가 끓여놓은 따뜻한 북어 해장국을 마주하게 된다. 5분 만에 완성되는 이마트 제품이다. 서툴지만 그 안엔 무엇보다 따뜻한 아빠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다.전호정 감독의 ‘2세상 5직 하나뿐인 아빠의 택배’에선 정반대 캐릭터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보다 오히려 딸들이 말이 없다. 딸들은 아버지가 퇴근 후 귀가해도 “오셨어요”라며 TV만 본다. 하지만 택배 아저씨가 벨을 누르면 기뻐하며 달려간다. 쓸쓸하게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다음날 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벨을 누른 뒤 “택배 왔어요”라고 한 것. 딸들이 문을 열자 아버지는 고기를 한가득 담은 이마트 봉투를 안고 서 있다. “얘들아, 우리 고기 파티할래?”라며 환히 웃어 보이는 아버지. 딸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담긴 아버지만의 택배다.
한동석 감독은 ‘2세상 5직 하나뿐인 충전’(사진)을 통해 이마트 택배 기사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인 인물의 모습을 비춘다. 고객 만족을 위해 종일 동분서주하는 그의 하루가 고스란히 펼쳐진다. “계세요? 이마트 택배기사입니다”란 말을 반복하고 열심히 운반하다 보면 곧 온몸이 방전돼 버린다. 영상의 오른쪽 위엔 이를 보여주듯 휴대폰 배터리 모양이 뜬다. 시간이 지날수록 충전량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곧 꺼질 것만 같은데 집에 돌아오니 신기하게도 금방 배터리가 채워진다. 아이가 “아빠”하면서 달려와 품에 안긴 것이다. 그렇게 꽉 찬 배터리는 아버지가 내일을 또 살아가는 힘이 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