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축소" 국민청원 10만… 2022 수능 절대평가 추진 난항 예상

학생·학부모 "지방선거 뒤 절대평가 추진 '꼼수'부리지 말아야"
대입에서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을 줄이고 수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해달라는 국민청원 동의가 1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교육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공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만큼 정시모집 축소를 불러올 수 있는 수능 절대평가 추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반대하고 학종전형 축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9만7천400명가량이 동의했다.

주말 사이 1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교 3학년생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학종전형은 정성평가 비중이 큰데 어떤 점이 부족해서 (불합격했는지) 혹은 다른 학생은 어떤 점이 나보다 더 우수해 뽑혔는지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며 "12년의 노력이 객관적인 지표없이 평가된다는 것은 학생들의 노력을 짓밟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은 교육부가 현 정부 출범 이후 공들여 추진해 온 수능 절대평가와도 관련돼 있다.

현재 상대평가(영어·한국사 제외)인 수능을 등급제 절대평가로 바꿀 경우 수능의 변별력이 줄어들면서 정시모집이 축소되고 학종전형을 위주로 한 수시모집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지난해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려다 포기하고 수능 개편을 1년 미룬 것도 학생·학부모들의 이런 우려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런 여론을 고려해 이번에 수능 절대평가의 단점에 대한 대안도 들고 나왔다.

전 과목 1등급 학생 등 동점자가 많아져 학생 변별이 어려우면 대학에 학생들의 원점수를 제공해 동점자 처리를 돕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되면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은 원점수 1점을 더 따기 위해 경쟁해야 하므로 절대평가를 하는 의미가 상당히 퇴색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상위권 대학이나 의학계열의 경우 (수능 100% 전형은) 지원자 대부분이 동점자일 확률이 높으므로 합격 여부는 원점수에 의해 판가름날 것"이라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학습 부담이 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절대평가 추진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듯 교육부는 예전보다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습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수능 절대평가가 정부 기본입장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외에 다른 안을 선택한다면 존중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들도 수차례 반복해서 김 부총리 개인이나 교육부 차원에서 지지하는 안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정시모집 확대 여론이 큰 만큼 정부가 절대평가를 검토하면서도 무산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미리 '퇴로'를 열어둔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여론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막상 7∼8월이 되면 수능 절대평가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2·중2 자녀를 둔 직장인 하모(45)씨는 "정시확대 여론이 강하고 선거가 다가오니 좀 물러선 듯한 모습이지만 주변에는 교육부를 믿지 않는 학부모도 많다"며 "여론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선거 끝났다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꾼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