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中 향하는 개발자들…게임업계 '인력 유출'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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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평균 근속연수 3.9년#직장인 정 모(26)씨는 최근 다니던 게임 회사를 관뒀다. 매번 똑같은 일만 반복하는 삶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씨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10년 후 저렇게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퇴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이직을 준비중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에서다.
개발직 비율 높아 잦은 이직 불가피
해외 이직 늘며 성장 저해 요소로
게임업계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가야할 길은 멀어 보인다. 전체 종사자 수는 증가했음에도 평균 근속연수는 제자리 걸음이다. 이직이 잦다 보니 고용의 질이 개선되는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인력 유출이 늘면서 성장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국내에 상장된 게임업체 20여 곳을 분석한 결과 평균 근속연수는 3.9년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 넷마블게임즈의 평균 근속연수는 3.7년에 그쳤고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엔씨소프트도 4.7년에 머물렀다. 90년대에 창업한 1세대 게임업체 몇 군데가 근속연수 5년을 겨우 넘겼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은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산업 자체가 20년을 겨우 넘긴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국내 게임 산업이 시작된 건 1990년대 중반이다. 그렇다보니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들은 찾기 쉽지 않다.
전체 종사자 중 개발직 비율이 높은 것도 근속연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개발자들은 한 회사에 종속되기 보다 프로젝트별로 이동하는 경향이 많다. 통신, 프로그래밍 등 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게임사들의 개발직 비율은 70%를 넘는 수준이다.모바일 플랫폼 시대에 들어서면서 신생 게임사들이 늘어난 것도 주요 요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16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0조8945억원으로 게임산업 종사자 수는 7만4000명을 넘었다. 연평균 10% 안팎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평균 근속연수이 짧다보니 근무환경 등 고용의 질이 개선되는데 한계가 따른다는 점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고용의 질이 떨어지면서 개발자들의 해외 유출도 잦아지고 있다. 중국산 게임의 영향력이 높아지자 제 발로 중국 업체를 찾는 개발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에 근무하는 국내 개발자들의 모임이 만들어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업계에서는 산업이 짧은 시간 급격하게 성장한 만큼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 관계자는 "전체 규모는 급격히 성장한 반면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하는게 사실"이라면서도 "아무래도 개발직군이 많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콘텐츠 산업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더 이상 산업 특성이란 핑계로 간과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의식을 갖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 인력 유입과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세계 게임시장에서는 스타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잠재력 높은 내부 개발자들의 유출을 막고 외부 개발자들을 들여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게임 산업도 인력의 힘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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