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력자 실손보험 '인기'… 손보사들은 오히려 '울상'

9영업일만에 판매 2만건 넘어
"많이 팔리면 손실 커질 수도"
이달 들어 판매가 시작된 유(有)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 초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7개 손해보험사의 판매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손실이 커질 우려도 있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7개 손보사의 판매 건수는 지난 12일 기준(삼성화재만 11일) 총 2만1564건으로 집계됐다. 영업일수로 9일간 판매 실적이다. 이 같은 판매 건수는 고령층의 실손 의료비 보장을 위해 2014년 8월 출시된 노후 실손보험 한 달 판매 건수(1626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7개 손보사는 심사 항목을 18개에서 6개로 대폭 축소하고 투약여부도 심사에서 제외하는 등 가입 절차를 대폭 완화한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지난 2일 일제히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지병이 있는 소비자들의 실손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각 보험사에 요청해 나온 정책보험 상품이다.

손보사별로는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낮게 내놓은 DB손해보험의 판매건수가 7727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화손보(3775건), 메리츠화재(3103건), 현대해상(2224건), 삼성화재(2184건) 등이 뒤를 이었다.하지만 손보업계는 이 상품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손해율(납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이 기존 실손보험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21.7%에 이른다. 통상 손해율이 80%를 웃돌면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에서 손실을 보게 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너무 많이 팔려 오히려 걱정”이라며 “보험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마케팅에 적극 나서지 않고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