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식사시간과 비만

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지방간, 담낭질환,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수면무호흡증, 통풍, 골관절염, 월경이상, 대장암, 유방암 등 수많은 동반 질환을 불러오는 주요 건강 문제다. 비만 예방과 관리를 위해 식사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로 저열량 식품과 다이어트 식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사의 열량이나 식단 못지않게 식사를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일정한 시간에 잠에서 깨고 식사시간이 되면 배가 고픈 것은 우리 몸 안에 생체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체시계는 대뇌에 존재하는 중추 생체시계와 간, 췌장, 심장 등에 존재하는 말초 생체시계로 나뉘는데 늦게 먹고 늦게 자면 중추 생체시계와 말초 생체시계 사이의 비동기화가 발생해 비만, 대사증후군, 우울증, 심혈관질환, 암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해외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침, 점심을 거르거나 저녁식사의 열량이 높을수록 비만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2014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저녁식사의 열량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 비해 비만과 당뇨병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고 지방간 발생 위험도 1.5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점심식사 시간이 빠른 군이 늦은 군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좋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2013년 보고된 한 연구에서는 비만한 93명을 두 군으로 나눠 총 섭취 열량은 1400㎉로 동일하게 제공하되, 한 군에는 아침 섭취 열량을 가장 높게 제공하고, 다른 한 군에는 저녁 섭취 열량을 가장 높게 제공하면서 12주간 추적했다. 그 결과 아침 섭취 열량이 높았던 군이 체중이 더 잘 빠지고 허리둘레도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비만 주범 중 하나인 생체시계의 비동기화를 정상화해 건강한 체중 조절을 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밤에 7~8시간 푹 자고 낮에는 활동적으로 움직여서 당뇨병과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추도록 하자. 둘째,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시간대를 최대한 이른 시간으로 바꾸고, 낮잠은 20분 정도만 자자. 셋째, 밤에 암막커튼 등으로 침실을 어둡게 하고 침실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피해 생체리듬의 교란을 막는다. 넷째,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을 당기고 잠자기 3시간 전까지는 식사를 끝낸다. 다섯째, 운동은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까지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