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충돌한 美·러시아… 다시 드리우는 '냉전 시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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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佛 연합군, 시리아 공습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현지시간으로 14일 새벽 4시 다마스쿠스 북동쪽 바르자의 과학연구센터와 중서부 홈스에 있는 화학무기 저장시설 등 세 곳에 미사일 105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시리아 정부가 자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반군 장악지역인 두마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7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지 1주일 만이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를 후원하는 러시아를 겨냥한 서방의 강력한 무력 시위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의 분석이다.
시리아 정부 '화학무기 공격' 1주일 만에 공습
미사일 105발 쏟아부어
美 "화학무기 심장부 명중"
시리아 "미사일 대부분 요격"
공습 효과 놓고 의견 엇갈려
美, 러시아에 무력시위
美 대선개입·스파이 암살 …
서방국가, 러시아와 갈등 격화
"내전 개입 말라" 러에 경고
미국 등의 시리아 공습 후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트위터에 “미·러 관계가 과거 냉전 시절보다 더 나쁘다”고 쓴 것은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예측불허’란 면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독일 일본 호주 터키 등은 시리아 공습에 지지 의사를 밝혔고, 중국과 이란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미국·영국·프랑스의 ‘3각 공조’
시리아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이번까지 두 번 이뤄졌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단독으로 샤리아트에 있는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쏟아부었다.
1년 후인 이번 공습엔 영국과 프랑스가 동참했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미국 영국 프랑스는 일제히 군사공격 사실을 밝히며 시리아와 러시아를 압박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가리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 괴물의 범죄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시리아 공습은 세계 어디서든 화학무기 사용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경고”라고 말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프랑스가 설정한 한계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습 규모는 작년의 두 배이며, 공습 목표물도 두 곳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공습 다음날인 14일(미국 현지시간) 이번 시리아 공습이 목표물로 삼은 화학무기 관련 시설 세 곳을 모두 명중시켰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임무 완료(Mission accomplished!)’라고 밝혔다.
◆“확전 가능성은 크지 않아”케네스 매켄지 미 합참 중장은 “미국과 동맹들이 발사한 어떤 미사일도 시리아 방어망에 의해 경로에 지장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시리아와 러시아가 “대부분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러시아군은 시리아 방공망이 미사일 70% 이상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정부는 이번 공습이 러시아와 이란의 보복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시리아 공습은 내전 개입이나 정권 교체에 관한 게 아니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습이 5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7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판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러시아가 동맹국들에 유프라테스강 유역과 이라크-시리아 국경지역에 주둔한 미군 공격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對러시아 ‘군사적 경고’ 관측도
이번 시리아 공습은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본격 개입해 온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경고란 해석이 많다.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은 최근 악화일로다.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에 따른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 추가 제재가 내려졌다. 지난 3월 러시아 출신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으로 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고 러시아가 맞대응하는 등 갈등이 심화됐다.
공습 90분도 지나지 않아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는 “세계 최대의 화학무기 보유국인 미국이 다른 나라를 비난할 도덕적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워싱턴은 이미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리비아에서의 군사 보복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교부는 국제규범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