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글·애플 겨냥 '디지털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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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IT업계 의견 수렴 나서정부가 온라인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린 정보기술(IT) 기업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서다.
매출 비슷한 네이버 세금 4231억 냈는데
'조세회피' 구글코리아는 200억 못 미쳐
15일 기획재정부와 IT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디지털세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국내 IT업체의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이 디지털 경제에 추가 과세하는 움직임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지난달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IT기업이 올린 매출에 3%의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작년 10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은 디지털 경제 활동에 적절한 과세가 필요하다고 합의했다.세계 각국이 디지털세 도입을 저울질하는 것은 글로벌 IT회사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구글의 과세 회피 규모가 세계적으로 연간 4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납세액이 매출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EU는 디지털세 도입으로 연간 50억유로(약 6조5562억원)의 추가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국내에서 온라인 광고와 앱(응용프로그램) 판매 등으로 매년 수조원씩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구글의 스마트폰 앱 장터 구글플레이의 거래액은 2016년 4조4656억원에 달했고 구글은 수수료 명목(거래액의 30%)으로 1조3400억원을 챙겼다.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도 같은 기간 국내에서 4000억원 이상 광고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구글이 한국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은 ‘새 발의 피’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글은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싱가포르 등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여기로 국내 수익을 돌린다. 전형적인 조세 회피 방법이다. 구글의 한국지사 구글코리아가 국내에 세금을 내고 있지만 2016년 납부액은 200억원이 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매출 수준이 구글과 비슷한 네이버가 지난해 낸 법인세는 4231억원에 달한다.
국내에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안과 유럽연합(EU) 방안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EU는 세계 매출이 연간 7억5000만유로(약 9900억원)를 넘고, 유럽에서 5000만유로 이상 벌어들이는 인터넷 기반 기업을 대상으로 유럽에서 올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경을 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플랫폼기업 특성에 맞춰 서비스 이용자의 거주지와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지역을 기준으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것이 EU의 주장이다. 과세 대상은 온라인 광고, 영화·음악 등의 디지털 구독료 등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과세 대상 기업이다.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 여부와 별도로 올해부터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OECD의 글로벌 기업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세원 잠식 및 소득 이전 방지(BEPS)’ 권고에 따라 통합보고서 제출제도를 도입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다국적기업이 국제거래 정보를 각국에 제출하고 서로 공유하는 제도다. 국세청은 글로벌 IT기업의 관련 보고서를 지난 1월부터 받아 분석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