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우관중 '리강변의 대나무'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중국 현대미술 1세대 작가 우관중(1919~2010)은 동양적 기법에 서양의 재료를 결합해 ‘유화의 중국화’ ‘중국화의 현대화’를 주도했다. 장쑤성 출신으로 1942년 항저우 국립예술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에 유학해 파리고등미술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뒤인 1950년, 그는 고국으로 돌아와 칭화대, 중앙미술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문화혁명 당시에는 순수미술을 주창했다는 이유로 노동수용소로 보내져 분뇨 지게를 이젤 삼아 그림을 그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는 구이린부터 양숴까지 동남쪽으로 흐르는 83㎞의 리강을 따라 펼쳐지는 농가와 풍경을 화폭에 자주 담았다.1994년 완성한 이 그림도 리강을 소재로 다룬 걸작이다. 멀리 우뚝 선 산이나 잔잔한 강, 마을, 배를 배경으로 대나무들을 화면 전면에 배치했다. 대나무 뒤로 보이는 산과 배, 강변 마을은 마치 불투명한 막 뒤에 있거나 짙은 안개 속에 있는 듯 흐릿하게 묘사했다. 반면 대나무는 선명한 초록색을 활용해 사철 푸르름, 변하지 않는 절개, 고매한 정신적 가치를 극대화했다. 고졸한 느낌의 담채로 그린 ‘산수화 같은 서양화’가 이채롭게 다가온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