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영의 반대의견] 스타벅스 커피는 비싸지 않다

"소비자가 메뉴를 잘못시켜도 바꿔주는 곳이 스타벅스입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는데 주문을 잘못했어요'라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다시 커피를 내려줬어요. 사소할 수 있지만 이런 배려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간 텀블러(컵)를 건네고 커피를 주문했더니 텀블러를 깨끗하게 닦아서 담아주더라고요. 매장 직원이 설거지를 대신 해준 거 잖아요. 저에겐 작지만 소중한 감동이었어요."
서울 목동에 사는 직장인 노정은(남·33)씨와 여의도에서 스타벅스 매장만 찾아다니는 조아진(여·28)씨가 들려준 '단골손님'이 된 이유다.

스타벅스는 다른 이유로 입방아에 오르는 '단골손님'이다. 바로 커피 가격에 대한 논란이다. '커피 한 잔 값도 안된다'는 말에 빗대어 '터무니없이 싸다'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커피 가격은 반대로 '매우 비싸다'는 얘기다.

주요 국가와 도시별로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자주 비교되기도 하는데 서울의 가격만 유독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 비해 평균 임금이 낮은 데도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아시아지역 11개국 중 한국의 카페 라떼 가격(톨사이즈 기준)은 하위권은 '9등' 수준(2017년 5월 기준)이다. 싱가포르와 일본만 한국보다 싸다. 일본의 경우엔 '엔저(円低) 현상' 덕에 달러 및 원화 환산 시 상대적으로 낮게 비교될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동안 글로벌 44개국 중에선 19번째로 중간 수준이다. 그래도 평균 임금이 낮은 곳이라서 한국 스타벅스는 소비자를 상대로 '폭리(지나치게 많은 부당이익)'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감사보고서를 열어서 수익성지표인 영업이익률을 따져봤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2015년 영업이익률은 약 6.0%,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8.5%와 9.0%로 나타났다. 순이익의 경우 금융수익과 영업외수익을 함께 반영하기 때문에 순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으로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커피업계 등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미주 지역과 아시아 지역의 영업이익률은 약 20~30% 수준이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만약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영업이익률이 이들 지역보다 훨씬 높아야 맞다. 오히려 미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비싸게 팔아도 영업이익률이 낮다는 것이다. 미국의 영업이익률은 왜 한국보다 높은 것일까. 그 이유는 '매장의 크기'에 있다. 미국의 매장은 평균 130~160㎡(약 40~50평)인데 비해 한국 매장은 230㎡(약 70평)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층짜리 건물 전체가 스타벅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인 곳도 상당수다.

매장 면적의 차이는 '좌식 문화' 영향이 크다. 입석 또는 테이크아웃 비율이 높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매장 회전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스타벅스 인터내셔널(Starbucks Coffee International)과 함께 이마트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따라서 매출 중 일부를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스타벅스는 나아가 건물주와 협의해 매출의 일부분을 수수료 형식으로 지급하는 매장이 적지 않다고 했다.
2017년 5월 기준 아시아국가 카페 라떼 가격(톨사이즈)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에 대한 논란은 도시·국가별 단순 비교가 아니라 현지 시장의 다양한 비용(임대료·인건비·부재료·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가격에 반영해야 끝을 낼 수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한국 스타벅스의 가격은 나라별로 차별화된 시설투자와 인건비 그리고 임대료와 각종 원·부재료 비용을 모두 반영해 결정된다"며 "무엇보다 시간의 흐름과 주위 영업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을 매기고 있다"라고 했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국내 커피 소매업은 대게 임대료와 인건비가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스타벅스 코리아는 "임대료와 인건비가 커피 가격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면서도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정규직으로 근무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테이크아웃 중심의 좁은 매장보다 비교적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 상권을 위주로 '좌식 문화'에 맞춰 공간을 임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매출액 가운데 매장과 인테리어 관련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와이파이(Wi-Fi)조차 공유기를 사용하지 않고 KT에 정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용은 약 28%, 임대비용과 인테리어비용이 각각 17%와 6~7%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