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집 7억, 예금 2억' 있어도 月10만원 줄테니 애 낳으라고?

아동수당 대상기준 확정

0~5세 자녀 둔 집 95% 대상
아동수당 받을 소득인정액
3인가구 기준 月1170만원

맞벌이 공제 등 확대로 수당 지급 대상 늘어나
올해 예산만 9500억 달해
연봉이 1억원을 넘고, 서울에 있는 10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부부도 만 5세 이하 자녀가 있다면 오는 9월부터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초저출산 극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10만원 받자고 애를 더 낳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10여 년간 126조원의 돈을 쓰고도 실패한 저출산 대책을 답습했다는 지적이다.
◆연봉 1억4000만원 가구도 해당보건복지부는 17일 아동수당 지급 대상 선정기준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아동수당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만 0~5세 아동을 키우는 가구에 9월부터 월 10만원씩 주는 사업이다. 국회가 작년 12월 2인 이상 전체 가구 기준 소득 하위 90% 가구까지만 주기로 합의함에 따라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한 선정 기준을 마련했다.

복지부는 3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인정액(월급 등 소득+재산의 소득환산액)이 1170만원 이하이면 아동수당을 주기로 했다. 연봉만으로 따지면 1억4000만원을 받는 가구도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재산만으로는 약 11억원까지 가능하다. 4인 가구는 월 소득인정액이 1436만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만 0~5세 아동이 있는 가구는 198만 가구, 아동 수는 252만 명이다. 가구 기준으로는 전체의 95.3%, 아동 기준으로는 전체의 95.6%가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했다. 국회에서 합의된 소득 하위 90%보다 늘어난 것으로 상위 4%만 아동수당을 못 받게 됐다.

◆맞벌이·다자녀 가구에 혜택

복지부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월 소득인정액 평가 때 다양한 장치를 넣어 소득인정액을 낮춰주기로 했다. 최대한 많은 가구가 소득인정액을 선정기준액 이하로 평가받아 아동수당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월 소득인정액은 월평균 소득에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한 값이다. 복지부는 우선 월평균 소득을 계산할 때 맞벌이의 경우 부부 합산 소득의 25%를, 자녀가 두 명 이상인 경우 둘째부터 한 명당 65만원을 각각 공제하기로 했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는 특별·광역시의 경우 1억3500만원을 기본적으로 공제한다. 시 지역은 8500만원, 군 지역은 7250만원이 기본 공제액이다. 서울에 있는 시가표준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에 살아도 3억1500만원까지만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내년 예산 3조원 들 듯예를 들어 남편(연봉 8000만원)과 아내(연봉 6000만원)가 서울에 있는 아파트(시가표준 4억5000만원)에 살며 빚 없이 예금(2억원), 자동차(3500만원)를 가지고 자녀 두 명(7세, 2세)을 키우는 경우에도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 가구의 소득(810만원)과 재산의 소득환산액(572만원)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1382만원으로, 4인 가구 선정기준액(1436만원)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최상위 가구에까지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주는 게 맞냐는 반응이 나온다. 넉넉하게 살면서 이미 자녀를 둘이나 키우고 있는데 아동수당을 받는다고 해서 애를 더 낳겠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9~12월, 4개월치 아동수당 예산으로만 국비 7000억원, 지방비 2500억원 등 9500억원을 편성했다. 내년엔 이보다 세 배 많은 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돈으로 때운 저출산 대책이 실패했음에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