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새 지도자는 비틀스 듣고 아이패드 쓰는 실용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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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카스트로 시대' 끝낸 쿠바쿠바에 ‘포스트카스트로’ 시대가 열렸다. 1959년 쿠바혁명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카스트로라는 성이 아니면서 혁명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집권하게 됐다.
혁명 이후 세대 첫 집권
"라울, 막후서 영향력 행사할 듯"
인민권력국가회의(의회)는 18일(현지시간) 총회를 열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86) 후계자로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57)을 단독 추대했다. 국가평의회 의장은 대통령직을 겸하는 실질적인 국가수반이다.디아스카넬은 라울 의장의 충실한 ‘오른팔’이자 신세대 감각을 지닌 ‘실용주의자’다. 그는 33세에 쿠바 공산당에 입당해 중앙정치국 위원, 고등교육부 장관 등 요직을 거쳐 2013년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라울 의장은 그를 수석부의장에 낙점하면서 “디아스카넬은 ‘신참’이 아니며 계획되지 않은 인사도 아니다”고 두터운 신뢰를 보였다.
디아스카넬은 쿠바혁명 이듬해인 1960년 태어났다. 개혁·개방에 긍정적이며 실용주의적 태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쿠바에서 금지됐던 로큰롤을 좋아하는 비틀스의 팬이자 청바지를 즐겨 입고 애플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등 자유분방한 면모로 주목받았다.
쿠바의 인터넷 접속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는 등 혁명 세대 정치인과 달리 개방적인 성향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혁명 영웅들의 서사와 희생에 관한 거만한 훈계에 더 이상 감동하지 않는 젊은 쿠바인들에게 이는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쿠바는 혁명 이후 카스트로 형제가 권력을 장악해왔다. 쿠바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는 2006년 건강 악화로 권좌에서 물러나기까지 47년간 집권했다. 피델의 뒤를 이어 동생인 라울이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받았다.
라울은 이번에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나지만 당 총서기 자리는 2021년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그가 막후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가수반이 교체돼도 쿠바에서 대대적인 개혁이나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