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타임 '영향력있는 100인'·포천 '위대한 지도자' 4위

'평창' 계기 특사외교 통해 남북정상회담 주도·북미정상회담 중재역할 평가
미국 트럼프·북한 김정은·중국 시진핑도 이름올려…푸틴·메르켈은 빠져
美총기규제 시위 주도 고교생·클로이 김·'미투 운동' 창시자도 선정

역사적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The World Most Influential People)'에 이름을 올렸다.또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문 대통령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50명'의 4위에 선정했다.

타임이 19일(현지시간) 발표한 명단을 보면 문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의 지도자 범주에 포함됐다.
타임이 문 대통령을 선정한 것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특사외교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는 역할을 점을 높이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문 대통령을 추천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는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초청하고 이어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중재하는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해 극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협상은 쉽게 깨질 수 있지만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반도와 아시아, 세계의 미래를 규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2015년 흉기 피습 사건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문 대통령이 병문안 왔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이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을 들려주며 위기가 어떻게 기회로 바뀌는지에 대해 얘기했다"고 회상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포천이 발표한 위대한 지도자 50명 명단에서 미 학교 총기 참사에 저항한 학생들,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운동'에 이어 네번째 순위에 등재됐다.

포천은 문 대통령이 "더 공정한 경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개혁을 신속하게 이행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를 조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이는 잠재적인 남북화해의 전주가 됐다"고 평가했다.

포천 또 제약회사 머크의 CEO 케네스 프레이저, 스콧 고틀리브 미 식품의약청(FDA) 청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조지프 던포드 미 합동참본본부 의장, 류허 (劉鶴) 중국 부총리가 순서대로 10명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타임지가 소개한 김정은 위원장의 프로필은 탈북자 이현서씨가 작성했다.

이씨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소개하고 김 위원장에 대해 "지구 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핵·미사일 시험 중단 등을 거론하며 "김정은이 예상과 달리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지난해 선정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해 빠졌다.

이밖에 영국의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커플, 미국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인도 출신의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인 사티아 나델라 등이 지도자 범주에는 이름을 올렸다.

각국 정상 중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개혁을 주도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포함해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아일랜드의 리오 버라드커 총리,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 이라크의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 등이 포함됐다.

타임은 미 트럼프 정부의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 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EPA) 청장도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꼽았다.

개척자(pioneers) 부문에서는 미국 총기 사건 이후 총기 규제를 호소하는 시위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을 주도한 엠마 곤살레스 등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고교 학생들이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추천인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총기 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오랫동안 예측 가능한 양상을 보여왔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이들이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파크랜드 학생들은 로비스트나 정치 광고 예산도 없고, 투표권도 없지만 젊음에서 나오는 힘을 갖고 있다"며 "세상을 새롭게 보고 해묵은 제약과 구시대적 관습, 비겁함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천재 스노보더'라 불리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계 미국 스노보더 선수인 클로이 김도 개척자 부문에 들어갔다.

아이콘(icons) 부문에는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운동을 창시한 미국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를 비롯해 가수 제니퍼 로페즈와 리아나, 미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애덤 리펀 등이 포함됐다.

타이탄(titans) 부문에는 테니스 선수인 로저 페더러,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화텅(馬化騰 ) 중국 텐센트 CEO 등이 선정됐다.

예술가(artists) 부문에서는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휴 잭맨·갈 가도트, 영화감독 그레타 거윅·기예르모 델 토로·라이언 쿠글러, 페미니스트 미술가인 주디 시카고,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숀 멘디스 등이 명단에 들었다.

타임은 매년 개척자, 예술가, 지도자, 타이탄, 아이콘 등 5가지 범주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해 발표한다.선정된 인물의 프로필은 각계 유명인사들이 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