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세로토닌문화원장 "만성 피로 풀려면 뇌가 충분히 쉬어야"
입력
수정
지면A32
현대인 '腦 피로' 다룬 신간 펴내“잠을 많이 자고 푹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고요? 몸은 쉬더라도 뇌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진짜 휴식'은 뇌가 일하지 않는 상태
잠들고 첫 90분 잘 자는 게 중요
아침 햇볕 산책·20분 낮잠 등 추천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형 세로토닌문화원장(84·사진)은 “우리 뇌는 쉬고 있다고 느낄 때도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며 “뇌에 진정한 휴식을 줘야 피로하지 않다”고 말했다.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국내 정신의학계 권위자이자 뇌과학 선구자인 이 원장은 최근 현대인의 뇌 피로와 제대로 된 휴식법을 다룬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을 펴냈다. 그가 11년째 운영 중인 웰니스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며 깨달은 피로의 정체와 해소법, 뇌 피로 증상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피로 탈출법 등을 자세하게 담았다.
“멍하게 있을 때도 우리 뇌는 여전히 활동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상태에 있게 됩니다. DMN 상태에서 뇌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의 60~80%에 달합니다. DMN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않는다면 피로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거죠.”
쉴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들에게 ‘충분한 뇌휴식’을 위한 처방은 무엇일까. 이 원장은 “진짜 휴식은 DMN까지도 활동을 멈춘 상태”라며 “밤에 처음 잠들고 90분 정도가 그때”라고 말했다. 그는 “첫잠 90분만 잘 자도 피로가 크게 줄어든다”며 “특히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잠드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 시간대에 잘 자기 위한 방법으로 △잠들기 90분 전 41도의 뜨거운 물로 10분간 목욕하기 △기상 시간 일정하게 유지하기 △아침에 햇볕 쬐며 가볍게 산책하기 △생체리듬을 고려해 20분 낮잠 자기 등을 추천했다.이 원장은 보통 오후 10시30분에 잠이 들어 새벽 5시가 되기 전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잠깐의 낮잠을 자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과 홍천 등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낮잠을 위한 작은 간이침대가 놓여 있다. 충분한 뇌휴식이 80대인 그가 활발한 저작 및 사회 활동을 하는 건강 비결인 셈이다.
《쉬어도…》는 그의 89번째 저서다. 첫 책을 낸 게 1982년이니 연평균 2.5권의 책을 냈다. 주제는 건강관리, 자기계발, 자녀교육 등 다양하다. “정확히 말하면 제 전공은 ‘사회정신의학’입니다. 의학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한 결과물이 책으로 나오게 된 게 아닐까요.”
그는 지금도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이번 책에 간단하게 언급한 규소와 감사·감동 등에 대한 책을 써내려 가고 있다.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동화책도 낼 예정이다.이 원장은 힐리언스 선마을에 이어 ‘쉬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새로운 마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경남 함양에 사람들이 자연에서 휴식하면서 자급할 수 있는 마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