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로 일했던 골프장서… 전가람, KPGA 생애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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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근무해 코스 손바닥 보듯
"2주 연속 정상 지키고 싶다"
투어 3년차 신예 전가람(23·사진)이 캐디를 하며 훈련비를 벌었던 골프장에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가람은 22일 경기 포천시 대유 몽베르 컨트리클럽 쁘렝땅·에떼 코스(파72·7076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보기는 1개만 내주고 이글 1개, 버디 5개를 잡아냈다.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전가람은 2위 박효원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밀어내고 코리안 투어 개막전 우승컵 주인공이 됐다. 2016년 투어에 데뷔한 지 27번째 대회 만에 거둔 생애 첫승. 우승상금 1억원도 전가람 차지가 됐다.전가람은 이번 대회장인 대유 몽베르 컨트리클럽 캐디 출신이다. 투어 프로가 되기 전인 2015년 5개월 동안 캐디로 일했다. 코스 구석구석과 그린 굴곡을 손바닥처럼 꿰고 있다. 집 역시 대회장과 가까운 포천시 소흘읍이다. 태어나 자란 곳은 포천에서 인접한 의정부시다. 작년까지 포천 인근 연천군의 후원을 받아 모자에 ‘연천군’을 새긴 채 경기에 출전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투어 프로 중 유일하게 지역 후원을 받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전가람은 대회 내내 포천과 연천 지역 주민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경기를 펼쳤다.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이날 11번홀(파4)까지 8타를 줄이며 쫓아온 박효원에게 한때 2타 차까지 뒤졌던 전가람은 12번홀(파5)에서 박효원의 두 번째 샷이 그린 뒤 카트 도로를 맞고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나는 바람에 공동 선두 기회를 잡았다. 이후 전가람은 11번홀(파4), 12번홀(파5)에 연속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뒤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수백 명의 지역 주민과 갤러리가 둘러싼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15m짜리 긴 버디 퍼트를 홀에 그대로 꽂아 넣어 대회장을 열광케 했다.

전가람은 “곧 열리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첫 승 소감을 밝혔다. 전가람은 지난해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남자오픈 최종일 14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4개 홀 연속 보기로 무너져 첫 승을 날린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뒷심이 약하다’는 세간의 평을 훌훌 떨칠 수 있게 됐다.6언더파 66타를 친 김우현과 1타를 줄인 김재호가 공동 3위(10언더파)에 올랐다. 생애 처음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한 자폐성 발달장애 프로골퍼 이승민이 공동 62위(16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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