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이미 평양서 담판 끝냈다?… 트럼프 '비핵화 합의' 트윗 주목

한반도 '운명의 한 주'
남북정상회담 D-3

北 노동당 회의 후 발표엔 '핵·미사일 폐기' 없었지만
트럼프는 "합의" 직접 언급

이달 초 폼페이오 방북 때 북측과 '큰 틀 조율' 가능성
트럼프 대북관련 발언도 최근 호의적으로 변화

日 아사히신문 "북미회담 문구까지 합의" 보도
군 당국이 23일 0시부터 최전방 지역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했다.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조치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 2년3개월 만이다. 사진은 2004년 6월16일 서부전선 오두산전망대에서 장병들이 대북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과 북한이 물밑 접촉을 통해 ‘실질적 비핵화에 이미 합의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아사히신문은 23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사이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포기 의사’를 나타내 북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발표를 전하는 트윗에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지난 21일 핵 실험장 폐쇄 발표 등을 감안하면 북·미 간 큰 담판은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다만 ‘비핵화 합의’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비핵화 합의’ 트윗 놓고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실험장 폐쇄 발표가 나온 뒤 트위터에 “우리는 (북한에)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그들이 비핵화(세계를 위해 매우 훌륭한 일)와 실험장 폐기, 실험 중단에 합의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 NBC방송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북한 발표에 대해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너무 많은 걸 포기하고 북한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비판하자 반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 실험장 폐쇄, 중장거리·ICBM 시험발사 중단, 핵무기·핵기술 불이전 등을 약속했지만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발표를 ‘비핵화 약속’이라고 해석했지만 실제 북한 발표에는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폐기 약속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과연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지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도 “평양은 발표문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전적인 포기는 거부했다”고 풀이했다.그러나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트럼프 대통령이 알 가능성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막후 채널을 통해 북한이 미국에 별도로 비핵화 약속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최측근인 폼페이오 국장(국무장관 내정자)이 지난 1일 북한에서 돌아온 뒤 눈에 띄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실험장 폐기 등을 선언하기 이틀 전 “미·북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의 발표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 세계에 아주 좋은 뉴스며 (미·북) 정상회담을 기대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김 위원장-폼페이오 네 차례 회동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장을 통해 김 위원장과 사전 담판을 지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사히는 이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에서 폼페이오 국장 등 미 정부당국자 6명이 지난달 31일 북한에 들어갔으며 이달 1일 김 위원장과의 첫 회담에서 ‘완전한 핵 폐기 의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주한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고,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세 명을 석방할 방침도 결정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폼페이오 국장은 2박3일 동안 김 위원장과 식사를 포함해 서너 차례 회담했으며 북·미 물밑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를 총괄하는 서기관실장과도 만났다고 신문은 밝혔다.

아사히는 또 북한 측이 폼페이오 국장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에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기한을 넣지 말고 북·미 간 국교 정상화와 제재 완화 등의 보상을 넣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금도 CIA 고위관료로 추정되는 인사가 북한에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마크 쇼트 미 백악관 의회담당 수석보좌관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 “그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과의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더는 보유하지 않는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도쿄=김동욱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