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 실험장은 수명 끝나… 北 폐쇄 발표는 생색내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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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운명의 한 주'“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은 이미 수명을 다했는데 우리 정부는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D-3
'탈북자 참여 연구단체'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
방사능 유출 심각한 상황
추가 실험하면 균열 발생
"사용가능한 실험장 폐기"
우리 정부 평가는 잘못돼
탈북자들이 참여한 북한 연구단체 샌드연구소(옛 통일비전연구회)의 최경희 대표(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실험장 폐쇄 조치를 ‘생색내기’로 규정했다.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핵실험장을 없애려 한다는 게 최 대표의 판단이다. 최 대표는 2001년 탈북해 2005년 일본 도쿄대에서 탈북자 출신으로 처음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샌드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통일부는 그러나 이날 최 대표와 180도 다른 분석을 내놨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금도 사용할 수 있다고 듣고 있다”며 “이런 핵실험장을 자발적으로 없애는 결정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핵실험을 하려면 매번 새로운 갱도(터널)를 뚫어야 하는데 한 곳에서 여섯 번의 핵실험을 했다”며 “갈수록 핵실험 강도가 세졌고 그것도 지하가 아니라 북한 만탑산 중턱을 뚫고 들어가며 핵실험을 해 균열로 인해 더 이상 핵실험을 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북협상을 해야 하는 정부로선 보고 싶은 면만 볼 수밖에 없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실관계는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최 대표가 독자적인 의견을 낸 건 처음이 아니다. 작년 9월 풍계리 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의 방사능 유출 피해를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통일부는 길주 출신 탈북자 30명 중 4명만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나왔고, 이 중 2명은 다른 요인 때문으로 추정했다. 반면 최 대표는 길주 출신 탈북자 21명을 면담조사한 결과 공통적으로 두통이나 구토 등의 증세가 있다고 발표했다.
최 대표는 핵 기술 고도화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포기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세계적으로 핵강국들은 폭발 형태의 핵실험을 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태로 실험하는데 북한도 그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섯 차례 핵실험만 한 인도, 파키스탄처럼 북한도 작년 9월까지 6차 핵실험을 한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