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 '경고등' 켜진 중소형 자동차 부품株
입력
수정
지면A22
완성차 실적둔화 '직격탄'국내 중소형 자동차 부품주에 비상이 걸렸다. 실적 악화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갚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재무 건전성이 나빠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설 수 있다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권했다. 유상증자나 CB 전환권 행사는 주식 가치를 희석시켜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위해
유상증자·CB 발행 나설 듯
23일 코스닥시장에서 성우하이텍은 170원(2.77%) 하락한 5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일 106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해 9.46% 급락한 것을 포함해 최근 3거래일 동안 13% 넘게 떨어졌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성우하이텍 유상증자로 자동차 부품업체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은행 대출 연장이 어려운 업체들이 유상증자나 메자닌(CB 등 주식 관련 사채)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등 완성차 업체의 실적 둔화에 타격을 받은 자동차 부품주는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자동차용 고무 부품을 만드는 화승알앤에이는 이 기간 41%, 자동차 트렁크와 도어 등을 납품하는 아진산업은 39% 떨어졌다. 자동차 섀시를 공급하는 화신도 37% 내렸다. 이들 업체는 재무 건전성 우려로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시가총액 1조원 미만 중소형 자동차 부품업체 82곳의 평균 부채비율은 166%였다”며 “성우하이텍처럼 현금성 자산 대비 만기도래차입금이나 이자발생부채가 많은 기업은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우하이텍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이 8900억원인데 현금성 자산은 2470억원,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은 602억원에 불과해 유상증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성우하이텍의 순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총차입금)은 마이너스 1조원이 넘는다.화승알앤에이도 부채비율이 371%에 달하고,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이 5600억원을 넘는다. 금방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248억원에 불과하다. 완성차 업체를 따라 해외 공장 투자를 늘렸지만 영업이익이 2016년 1053억원에서 작년 358억원으로 급감한 탓이다.
경창산업은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이 2485억원인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09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91억원 규모 투자부동산을 매각하고, 자산재평가를 시행해 부채비율을 319%에서 250%로 줄였지만 차입금을 갚기 위해선 추가로 자산을 매각하거나 증자 등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큰 중견 자동차 부품주는 재무 건전성도 튼튼한 편이다. 시총 7500억원대인 에스엘은 순현금이 866억원, 시총 4500억원대인 세방전지는 순현금이 1931억원에 달한다. 모든 차입금을 갚고도 이만큼 현금성 자산이 남는다는 뜻이다. 정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주에 투자한다면 순현금을 보유하고, 잉여현금흐름(FCF)이 전년보다 개선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