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이창동 감독 "스릴러 장르를 넘어서 영화 자체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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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8년 만에 '버닝' 연출…칸영화제 진출“(전작들과)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여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또는 이야기에 대한, 또는 영화 그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창동 감독은 24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이 작품은 다음달 열리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이 출연했다.이 감독은 “젊은 청춘들에 관한 영화여서 감독이 현장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다”며 “목표와 계획에 따라 만드는 게 아니고 영화 자체가 스스로 만들어지는, 우리 모두가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을 함께 갖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버닝’은 각자 미스터리한 면모를 지닌 세 남녀 이야기다.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는 배달하러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던 해미(전종서)를 만나 어울리기 시작한다. 해미는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다가 만난 벤(스티븐 연)을 종수에게 소개한다. 고급 빌라에 거주하며 고급 승용차를 모는 벤은 완벽한 삶을 사는 듯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어느 날 벤이 해미와 함께 종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고백하고 종수는 그때부터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힌다.
미스터리 요소가 강한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삼았다. 이 감독이 고민했던 문제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고 한다.‘버닝’은 이 감독의 여섯 번째 연출작이자 처음으로 디지털 촬영 방식을 도입한 작품이다. 이 감독은 “어릴 때 필름 영화가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느낌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며 “막상 디지털로 작업해보니 영화가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즉흥성을 훨씬 많이 지녔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