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지금 '바이오 거품' 논쟁중

"한국만 고평가 심해" vs "美도 초기엔 PER 높았다"

유진證 '바이오 버블 보고서' 이후
셀트리온·한미약품 등 10%대 급락

한투證 "美도 한때 PER 360배
과거보다 국내기업 기술력 뛰어나"
증권가에서 ‘바이오 거품론’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지난 18일 ‘국내 바이오주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한 보고서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자 이번엔 다른 증권사 보고서가 거품론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셀트리온은 2000원(-0.8%) 하락한 24만8500원에 마감했다. 17일만 해도 29만원이었던 셀트리온 주가는 다음날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이 ‘바이오 버블’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낸 이후 속절없이 떨어졌다. 이 기간 셀트리온(-14.3%)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14%) 한미약품(-10.7%) 등 주요 바이오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바이오주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점차 힘이 실렸다.하지만 이는 지나친 ‘기우(杞憂)’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진흥국·정은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24일 낸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자’는 제목의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바이오 버블은 유독 한국에서만 도드라졌다”는 거품론을 주가수익비율(PER), 실적, 기술력 등 항목별로 미국 바이오기업의 전례와 비교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거품론자들은 국내 주요 바이오주의 PER이 평균 60배에 육박해 미국 바이오기업(15배)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버블의 대표적 징후로 본다. 이에 진 연구원 등은 “미국 바이오주의 PER이 낮은 이유는 기업규모가 너무 커져서 주당순이익 증가율 등 성장성 지표가 둔화됐기 때문”이라며 “이들도 초기엔 한국처럼 PER이 매우 높았다”고 주장했다. 셀젠 바이오젠 암젠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미국 주요 바이오주는 한때 PER이 최대 360배에 달했으나 지금은 10~15배 수준으로 수렴했다.

신중론자들은 “국내 바이오기업 상당수가 제대로 된 매출을 올린 적이 없는 데다 적자에 시달리는데 시가총액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반면 진 연구원 등은 “미국에서도 적자를 내고 있지만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가치를 인정받아 시총이 큰 기업이 많다”고 주장했다. 바이오마린(145억달러) 앨나일람파마(97억달러) 베이진(90억달러) 블루버드바이오(85억달러) 등은 지난해 모두 순손실을 봤지만 시총이 80억달러를 넘었다는 것이다.바이오주를 움직이는 재료에 실체가 없다는 주장도 단골로 거론된다. 거품론자들은 바이오 주가가 신약 임상시험이나 기술수출 협상 등 불확실한 미래에 근거해 움직인다고 비판한다. 진 연구원 등은 “과거엔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승인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움직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임상은 들어가야 비로소 오른다”며 “일부 수출계약까지 간 사례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바이오주의 기초체력은 과거보다 훨씬 튼튼해졌다”고 반박했다.

다만 한국과 미국은 시장 크기나 연구개발(R&D) 경쟁력 등이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이 미국 기업의 길을 따라갈 것이란 가정은 적절치 않다는 재반론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야 하는 국내 기업이 이미 세계 최대시장에서 터를 잡고 있는 미국 기업과 향후 성장경로가 같을 순 없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