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빵빵해진 식빵 전문점… 알고보니 '나홀로 창업'
입력
수정
지면A2
인건비 부담없는 '불황형 창업'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뒤편 골목에 자리 잡은 ‘갓식빵’ 강남역점. 오전 10시4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40분 단위로 열 가지 식빵이 쉴 새 없이 나온다.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모든 메뉴는 2900원. 작년 말 인천에서 창업한 갓식빵은 현재 전국 20여 개 점포를 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2900원짜리 식빵 전문점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식빵 전문점은 현재 전국에 400개가 넘는다. ‘또아식빵’ ‘빵선생’ ‘식빵공장’ ‘바른식빵’ ‘한나식빵’ ‘빵사부 식빵공장’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20개를 넘어섰다. 1㎞ 반경 안에 10개의 점포가 있는 지역도 등장했다.식빵 전문점은 특별한 기술 없이 1인 창업이 가능해 ‘불황형 창업’으로도 불린다. 33㎡ 미만의 작은 공간만 있으면 인테리어비용과 각종 제빵 설비를 포함해 5000만~7000만원으로 점포를 낼 수 있다. 혼자서도 빵집 운영이 가능해 직원 고용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갓식빵·또아식빵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20개
5000만~7000만원으로도 개업
순이익률 20~25%로 높은 편
최저임금 상승 영향도 안받아
간식에서 주식이 된 빵 문화
나홀로·맞벌이 가구 증가
식사용으로 빵 찾는 경우 많아
식빵 소매 매출 3년째 600억원대
"1년새 400여곳 우후죽순
본사 역량·품질 등 잘 비교해야"
특별한 기술 없이 1인 창업 가능
빵집 운영은 그동안 외식업계에서 ‘백조’에 비유됐다. 빵집 운영이 겉으로 보기엔 우아하지만 정작 물 아래서 분주하게 다리를 움직이는 백조 같다는 것. 식빵부터 디저트빵까지 수십 가지 빵을 매일 구워내려면 새벽 4시에 반죽을 시작해 밤늦게까지 팔아야 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독점하다시피 한 국내 제빵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어봐야 대량생산 방식과 경쟁하기도 어려웠다.식빵 전문점은 오직 식빵만 판다. 팥, 초콜릿, 녹차, 딸기크림 등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가지만 제작 과정은 단순하다. 원가율이 40% 안팎이고, 임차료 등을 빼도 순이익률이 20~25%가 나온다. 빵 만들기도 쉽다. 1~2개월 정도 본사에서 교육받으면 초보자도 숙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빵전문점 점주는 “제빵사를 고용하면 하루 평균 70만~80만원의 매출을 올려도 이익을 내기 빠듯하지만 내가 직접 배워서 하면 하루에 3000원짜리 식빵 100개 정도를 팔아 월 300만~400만원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쉴 틈 없이 빵을 구워야 해서 힘들지만 달리 신경 쓸 것들이 없어 좋다고 덧붙였다.
창업전략연구소 리더스비전의 이경희 대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과 경쟁하기 어려워진 소규모 개인 점포들이 식빵 한 메뉴에만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식 식사빵 문화 확산식빵 전문점이 늘고 있는 배경에는 식문화의 변화도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빵 문화는 수십 년간 일본식을 따랐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제빵기술자들의 영향이다. 50대 이상이 빵을 떠올릴 때 고로케와 단팥빵, 카스텔라, 도넛 등이 먼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몇 년 새 유럽식 빵 문화가 확산하면서 디저트보다 식사로 빵을 찾는 젊은 층이 늘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식사 대용으로 빵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빵 소매 매출은 2012년 2500억원대에서 지난해 3659억원으로 늘었다. 식빵 소매 매출도 3년째 6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파리바게뜨에서 식빵을 비롯해 바게트, 호밀호두빵, 토종효모빵 등 50여 가지에 이르는 식사대용 제품은 전년 대비 1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식빵은 냉동 보관했다가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리면 본래의 맛을 즐길 수 있어 가정간편식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우후죽순 늘어나는 식빵 전문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세권 등 주요 상권마다 식빵 전문점이 10여 개 몰려 있어서다. 외식 창업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 새 대용량 과일주스와 커피, 대만카스텔라 전문점, 핫도그 전문점 등이 유행을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가 주춤한 바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식빵은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주식(主食)으로 자리 잡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창업자들은 본사 역량과 품질 차별화를 잘 비교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