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장수촌과 단명촌

고두현 논설위원
일본 혼슈(本州) 최북단의 아오모리현은 20여 년째 ‘단명촌(短命村)’으로 불린다. 최근에도 평균수명 최하위(남성 78.67세, 여성 85.93세)를 기록했다. 반면 탄산음료와 인스턴트식품, 주류 소비량은 전국 1위다. 암·당뇨병 사망률도 1위다.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탈(脫)단명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저염식을 개발하고 탄산음료 소비를 줄이는 등 식생활 개선에 예산을 쏟아붓기로 했다. 장수촌(長壽村)으로 꼽히는 시가현과 나가노현의 생활습관을 주민들에게 접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장수의 비결은 ‘채소·발효식’과 ‘활발한 육체 활동’이다. 아오모리보다 평균수명이 3.1세 높은 시가현 남성들은 채소 섭취량과 봉사활동, 운동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성 평균수명 1위인 나가노현 사람들도 채소와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다.

아오모리와 나가노의 식습관에서 가장 차이 나는 것은 ‘유산·효모균’이다. 발효식품은 장을 좋게 해 변비를 줄이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동맥경화와 대장암을 예방해 준다. 삶은 콩을 발효시킨 낫토(納豆)와 매실을 소금에 절인 우메보시(梅干し)도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일본 장수 지역의 공통점은 또 있다. 두부 소비량이 많다는 점이다. 식물성 단백질의 보고인 두부는 콩의 영양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다. 일본 두부 요리는 맛과 영양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건강식이다.장수촌과 단명촌을 가르는 또 다른 요인으로 두 지역의 경제력 격차를 들 수 있다. 시가현에서는 중세부터 상공업이 발달했다. 닛폰생명과 이토추, 마루베니, 와코루, 얀마 창립자가 이곳 사람이다. IBM재팬, 캐논, 미쓰비시 공장도 있다. 이와 달리 아오모리에는 사과 외에 특산물이 없다. 춥고 낙후된 지역이어서 식생활과 활동량에서 불리한 조건이다.

세계적으로도 ‘유산·효모균’은 장수식으로 인기다. 장수국가 불가리아에서는 끼니마다 요구르트를 먹는다. 불가리아 와인도 유명하다. 레드 와인 속의 폴리페놀 덕분에 심혈관계 환자가 적다. 날마다 와인을 마시는 프랑스 사람들의 심장질환이 다른 서구인보다 현저히 적은 ‘프렌치 패러독스’와도 통한다.

물론 먹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동서고금을 가릴 것 없이 전문가들은 ‘좋은 식습관과 함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도록 하라’고 권한다. 조선 명의 허준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고 가르쳤다. 미국 명의 엘리엇 조슬린도 “운동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인생을 길게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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