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과 경제 이야기 안 할 수 없어"… 남북경협 재개 기대감 '솔솔'

한반도 '운명의 한 주' 남북정상회담 D-2

남북 경제협력 '해빙 무드' 조성되나

中企, 개성공단 재가동 등 10대 요구 정부에 건의
문정인 "2007년 합의사업 48개 중 20개 당장 가능"
실제 경협까지 산 넘어 산…美 대북제재 해제가 관건
< 회담 준비로 분주 > 남북한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행사 준비 관계자들이 마무리 점검을 하고 있다. 프레스센터에서는 28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취재 활동을 할 예정이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 23일 증시에선 남북경협 테마주가 급등했다. 주말 동안 북한이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폐지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이 컸다. 게다가 청와대가 북·미 정상회담 직후 ‘신(新)남북경협안’을 발표한다는 정보도 돌았다. 북한 해주와 남포, 평양, 신의주를 남북경협축으로 건설한다는 내용이었다. 개성공단을 확장하고 서울~베이징 간 고속철도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들어가 있다.

청와대에서 해당 내용을 부인했지만 기업들은 남북경협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과거 1·2차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경제교류가 확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은 당시와 다르다”며 “대북 제재로 경협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고 입을 모은다.◆청와대 “미국도 북한과 교류 모색”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개성공단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연구용역을 거쳐 중소기업들이 요구하는 10대 요구사항을 통일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남북경협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이 기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도 일단 믿고 지켜봐달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청와대도 남북경협 복원에 대비하고 있다. 청와대와 대통령 직속 위원회 등은 이미 대북 제재 해제 이후를 겨냥해 대북 경제협력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도 대북 제재를 피하면서 북한과 교류할 수 있는 분야가 뭔지 살펴보고 있다”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후 경협 재개가 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청와대는 조건 없는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물밑에서 남북경협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유엔 제재를 풀지 않아도 가능한 경협 방안을 선별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48개 남북협력 사업 중 최소 20개는 유엔 제재와 관계없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 경협 재개론’ 부상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 후 경협은 급물살을 탔다. 1차 남북 정상회담 두 달 뒤인 2000년 8월 남북은 개성공단 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다. 같은 해 9월엔 경의선 철도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두 달 뒤엔 개성 관광과 경의선 운행을 시작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와 현재는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남북 스스로 경협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대북 제재로 꽁꽁 묶여 있는 현시점에선 남북 대화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남북 간에 돈이 오가는 형태의 실질적인 경협을 하려면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해제해야만 가능하다”며 “경협 문제는 남북 정상회담만으로 결정할 수 없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연동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비핵화로 가는 중간 단계로 조건부 합의 또는 경협을 얘기한다면 오히려 비핵화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청와대와 통일부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중심 의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과 미국과의 협상 공간을 넓히는 차원에서 ‘단계적 경협 재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엔 제재 및 대북 제재 이외 분야에서도 교류할 분야가 있는 데다 북측은 단계적 비핵화와 보상을 엮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인설/문혜정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