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DSR' 도입에도 가계대출 오히려 늘었다

DSR 시행후 한달간 4조7천억 늘어…"DSR로 대출거절 사례 거의 없어"
사진=연합뉴스
모든 대출 원리금을 합산해 상환 능력을 따져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지난달 26일 도입됐음에도 가계부채는 도입 전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DSR로 대출이 걸러지는 기준이 높게 설정된 탓에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이라는 '허들'을 넘은 차주가 DSR로 대출이 거절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란 게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23일 현재 537조2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DSR 시행일(3월 26일) 바로 전 영업일인 지난달 23일 잔액(532조3천346억원)보다 4조6천856억원 늘어났다.가계대출 잔액이 한달에 4조원 넘게 증가한 것은 최근 들어 드문 일이다.

지난해 8∼11월에는 매달 3조∼4조원 늘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1조원대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 때문이었다.다시 증가세가 확대된 것은 3월이었다.

DSR이 도입되기 전 한달(2월 23일∼3월 23일)간 가계대출 잔액은 2조9천524억원 늘었다.

DSR이 시행되기 전 미리 대출을 받겠다는 수요가 몰린 탓으로 풀이됐다.DSR은 1년 동안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기존 DTI나 LTV가 주택담보대출만 따졌다면 DSR은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금, 마이너스 통장 등도 갚아야 할 대출에 포함된다.

하지만 기존 대출보다 더 깐깐한 DSR이 시행된 후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전 한달 증가액의 1.5배로 증가세가 한층 강화됐다.

이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거절하는 DSR 기준을 높게 설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들은 대체로 고(高) DSR의 분류 기준을 100%로 잡고, 신용대출의 경우 150%, 담보대출은 200%를 대출 가능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대출자가 DSR 규제를 받기 전에 우선 LTV와 DTI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수도권 거주자는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려면 대출금이 아파트 가격의 60%(LTV 60%)보다 많으면 안 되고 연간 대출 상환금이 연소득의 50%(DTI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런 규제에서 살아남았다면 DSR의 담보대출 한계 기준인 200%를 넘기가 쉽지 않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150%를 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DTI에서 주택담보대출이 50%로 제한돼 DSR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20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금, 마이너스 통장 등 나머지 대출만으로 150%가 넘어야 하는 계산이 나온다.

대개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량이므로 수치상으로 DSR 200%를 넘어서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은행 지점 관계자는 "DSR 제한으로 대출 거절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다만 증빙소득이 적어 추가 대출이 안 되는 경우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상반기에 영업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는 "통상 은행들은 7월 휴가철과 9월 추석을 앞두고 상반기에 영업을 많이 한다"며 "적극적인 영업과 공격적인 금리 책정이 (DSR도입) 상쇄 효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이어진 가운데 고객의 대출 수요가 줄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고 아직까지는 저금리 상황이다 보니 대출 수요가 계속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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