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소액주주 운동가의 '배신'

'역대 최장' 약 3년간 주가조작… 300억 부당이득

檢, 다단계 투자사기 11명 기소
2만원대 주가 8만원대 치솟기도
증권방송인·증권사 직원 등 연루
전업투자자 P씨(64)는 노점상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 200억원대 자산가가 됐다는 스토리로 유명해졌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위한 포럼 등 행사를 열며 소액주주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식투자로 나온 수익 중 일부는 사회에 기부해야 한다며 꾸준히 기부활동도 했다. 그가 검찰에 구속됐다. 역대 최장 기간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다. 이 과정에서 벌어들인 부당이득만 298억원 상당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성인)은 유통주식수량이 적고, 재무구조가 튼튼한 해성산업 주가를 2년10개월에 걸쳐 2만4750원에서 6만6100원까지 꾸준히 상승시켜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전업투자자 등 주가조작 사범 총 14명을 적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검찰은 이들 중 주범 P씨를 포함한 5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은 불구속기소했다, 1명 기소유예, 2명 기소중지했다. 2년10개월은 지금까지 나온 주가조작 사건 중 최장 기간이다.

주범인 P씨는 증권사 직원 세 명과 결탁해 투자자들의 증권계좌 관리인으로 일임매매 권한을 위임받아 주가조작에 나섰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를 구축해 투자자들이 의심 없이 자금을 맡겼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P씨를 비롯한 10명은 2009년 9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투자를 해주겠다며 받은 지인과 교회 교인 등의 자금으로 해성산업 주식을 대량매수해 시장지배력을 굳힌 뒤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고가매수 방식으로 주가를 띄웠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해성산업 주식은 시장 유통물량 60%에 육박했다. 유통주식이 적고, 재무제표가 안정적인 회사 주식은 집중 매수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점에 착안한 시세 조종이다.주식 물량을 확보한 뒤에는 추가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대출을 받아 레버리지로 투자하라고 권해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는 방식으로 주가 상승을 도모했다. 또 주식 전문수급업자에게 주권실물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수수료를 제공하면서 주가조작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자에게서 받은 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폰지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주가를 급등시키기 위해 외국계 투자자 유치 등의 풍문도 유포했다. 이들은 목표 주가에 도달하자 일반투자자에게 보유 물량을 떠넘기고 손을 털었다.

이들이 2년10개월 동안 벌인 장기간 주가조작으로 해성산업 주가는 최고 8만86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주범 P씨가 성급하게 주식을 매도하면서 2014년 9월6일 연속 하한가를 맞자 그는 ‘시세조종꾼’에게 하한가 중단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후 자연스레 하한가를 탈출했지만 시세조종꾼은 자신의 작업이라고 속여 P씨에게서 14억원을 편취했다. 이 시세조종꾼도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P씨 등 피의자들이 취득한 부당이득 298억원을 환수할 방침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