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D-1] 불법 중국어선, 큰 잔치 앞두고 서해 NLL 해상서 자취감춰

해경 "강력 단속 영향…중국 당국도 자국 어선 관리 강화"
사진=연합뉴스
"4월 꽃게철이 시작되면서 지난달보다는 불법 중국어선이 몇 척 더 늘 긴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전멸한 수준입니다"봄·가을 조업철 선단을 이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한반도 정세를 교묘히 이용한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것'을 우려한 중국어선이 조업을 접고 본국으로 대피하곤 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북한 도발 위협이 있을 때마다 서해 NLL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 수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2010년 3월에는 하루 평균 80척에 그쳤다.

당시 하루 200∼300척의 중국어선이 서해 NLL 해상에 나타나던 것을 감안하면 일시적으로 대폭 줄어든 수치였다.

2011년 12월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직후에도 한반도 정세가 소용돌이치자 하루 만에 130척에서 10여척 정도로 크게 줄었다.이 때문에 해경도 서해 NLL 해상에서 갑자기 중국어선이 줄면 오히려 북한의 무력 움직임을 우려해 대비태세를 강화하곤 했다.

반면 남북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중국어선이 서해 NLL 해상으로 대거 몰려와 쌍끌이 조업으로 어장을 초토화했다.

북한 당국에 돈을 주고 조업권을 산 중국어선들은 한반도 기류가 좋을 때는 NLL 해상에서 조업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올해 초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선언으로 시작된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27일 열릴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봄어기를 앞두고 서해5도 어민들 사이에서는 불법 중국어선이 다시 극성을 부릴 거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꽃게철이 시작됐는데도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NLL 인근 해상에서 불법 중국어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자취를 감췄다.

연평도 어민 김모(61)씨는 "엊그제(24일)에도 중국어선 10여척 정도만 보였다"며 "2년 전 전망대에서 NLL 쪽으로 보면 새까만 중국어선이 바글바글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해5도 인근 NLL 해상에서 중국어선 10척가량이 불법조업을 하다가 18일을 기점으로 20척 안팎으로 다소 늘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4월 초 180여척, 2016년 같은 달 200여척이 무리를 지어 불법조업을 하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일부 어민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해 NLL 해상에서 북한 순시선이나 경비정이 입어료를 내지 않은 불법 중국어선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어선은 북한 당국에 돈을 주고 허가를 얻어 서해 NLL 북측 해역에 머물다가 야간이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우리 어장 쪽으로 남하해 불법조업을 한다.

북한 당국이 순시선 등을 동원해 단속을 강화하면 중국어선은 어쩔 수 없이 NLL 북측 해역에서 자국 해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해경은 불법 중국어선 단속 전담조직이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단속에 나선데다 중국 당국도 자국 어선 관리를 강화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했다.해경 관계자는 26일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단속을 강화하자 불법 중국어선이 대거 줄었다"며 "과거에는 자국 불법조업에 손을 놓다시피 한 중국 당국도 최근 들어 무허가·무등록·무검사 등 '3무 불법 어선'에 대해 강력하게 자체 단속하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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