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매실주' 초야, 18년산 출시… "100년 기업 비결은 끝없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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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매실주 기업 ‘초야’의 곤도 시게히로 3대 회장매실주는 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전통 술이다.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라 ‘약이 되는 술’로 에도시대 때부터 마셔 왔다. 갓 수확한 매실에 알코올과 설탕을 넣어 숙성해 만든다. 설탕이 귀하던 시기에는 왕이나 귀족만 마셨지만, 1900년대 들어 대중화됐다. 매실 수확 시기인 6월이 되면 일본은 집집마다 매실주 담그기로 바쁘다.
"300년 매실주 문화 세계에 알리고 재탄생 시키겠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매실주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회사가 있다. 일본의 100년 기업 ‘초야 우메슈’다. 곤도 시게히로 초야 우메슈 회장(64·사진)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100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소비자 취향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혁신했기 때문”이라며 “6월엔 18년산 숙성 프리미엄 매실주를 한국에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곤도 회장은 “매실주는 그동안 소화기능과 신진대사에 좋다는 점이 마케팅 포인트였다”며 “이젠 매실주 경쟁 상대를 다른 전통주가 아니라 맥주나 와인으로 삼아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야는 1914년 곤도 회장의 조부가 오사카 남부에서 포도밭을 일군 데서 가업을 시작해 1959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실주를 생산했다. 현재 일본 매실주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매실과 술, 당류 이외에는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고, 매실 원액 함량을 높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유명하다. 곤도 회장은 “회사에 들어와 일한 1983년부터 수출에 나섰다”며 “지금은 30여 개 제품을 7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야 브랜드의 세계화와 제품 혁신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초야가 편의점에서 컵 형태로 마실수 있는 제품을 내놓은 게 대표적인 제품 혁신 사례다. 3, 5, 10년의 연산 표기를 매실주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벌꿀이나 금가루 등과 블렌딩한 시즌 한정판을 선보인 적도 있다. 여기에 18년간 숙성한 프리미엄 매실주의 한국과 일본 출시도 앞두고 있다. 그는 “전통주가 전통주끼리만 경쟁한다고 생각하면 전체 주류 시장에서 맥주 와인과 싸울 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숙성을 하면 할수록 떫고 신맛 대신 매실의 부드러운 맛이 살아나고, 5년 정도 숙성한 때부터 산도와 당도의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매실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매실 열매로 술을 처음 담근 국가는 일본이다. 1697년 에도시대 발간된 《본조식감》이라는 문헌에 매실주 제조법이 실려 있다. 일본의 매실 품종은 200개를 넘는다. 초야는 최고 품종인 와카야마현의 난코매실과 나라현의 시라카가매실을 주로 사용한다.
일본 가정에서 흔히 만드는 매실주에 비해 초야 매실주가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그는 “공기와 빛이 안 닿는 대형 탱크 안을 유리로 처리해 최소 1년 이상 보관하는 ‘자립숙성’ 기술과 200여 농가와의 상생 협력”이라고 답했다. 매실도 포도와 같이 기후와 작황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토양을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매실 농가와 협력해 최고 품질의 열매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야는 일본 200여개 매실 농가와 협력하고 있다. 포도처럼 매실도 작황과 기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흙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농부들과 하나가 돼 최고 품질의 매실 열매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그는 “시세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에 열매를 사들인다”며 “농가 수익을 보전하는 대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고, 협력 농가를 1000여 개로 늘려가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전체 매실 생산량의 15%가 매실주로, 80%는 우메보시(매실 장아찌)로 쓰이지만 수요와 농촌 인력이 줄면서 매실만을 다루는 전업 농가가 줄어드고 있다.곤도 회장은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곤도(金銅)’라는 성은 1500~1600년대 한반도에서 절을 짓던 기술자들의 성이고, 이들이 일본으로 건너와 곤도로 불리게 되었다”며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 철학에 대해 "우리는 단지 술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면서 “300년의 시간을 이어온 매실에 관한 오랜 전통과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 새로운 매실주 문화를 추구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야의 숙성 매실주는 태산주류를 통해 6월부터 수입, 판매될 예정이다.
김보라/임락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