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꿈꾸는 링과 퐁치에… 힘겨운 KLPGA 도전기

"친절한 한국선수들 샷 할땐 '눈빛' 달라져요"

KLPGA 이벤트 대회 1, 2위
올해 10개 대회 출전 기회 잡아

크리스 KLPGA 챔피언십
2라운드서 커트 탈락 '고배'
"K골프 높은 벽 다시 실감"

김지영, 6언더파 몰아쳐 선두
메이저 대회 첫승 '정조준'
KLPGA 투어에 도전하는 외국인 선수 퐁치에(왼쪽)와 제네비브 아이린 링이 27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양주=조희찬 기자
“한국 투어 너무 어려워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얼핏 보면 한국인 외모를 지닌 두 외국인이 있다. 제네비브 아이린 링(23·말레이시아)과 퐁치에(25·대만)다. 지난 1월 KLPGA가 연 서바이벌 대회 ‘신데렐라 스토리 KLPGA’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해 올 시즌 KLPGA 투어 10개 대회 출전 기회를 잡았다.자신감에 차 한국으로 건너왔지만 신고식부터 험난했다. 지난 8일 KLPGA 데뷔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퐁치에는 간신히 중위권에 들었다. 링은 커트 탈락 고배를 마셨다.

메이저대회인 크리스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은 설욕을 벼르며 참가한 두 번째 대회다. 아쉽게도 둘은 또 한번 ‘K골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7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729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퐁치에와 링은 중간 합계 7오버파와 20오버파에 그쳐 일찍 짐을 쌌다. 경기 후 만난 퐁치에와 링은 인터뷰 도중 속상한 듯 눈물을 보였다.

퐁치에는 “제주 롯데렌터카 오픈 대회에선 강한 바람으로 이틀밖에 치지 못해 속상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결국 이틀밖에 치지 못했다”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것 같다. 원래 이렇지 않은데 한국 무대라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링도 “전반에 경기 속도가 느려 앞조와 떨어졌고, 속도를 올리기 위해 정신없이 쳤다”며 “한국 선수들의 높은 ‘레벨’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말했다.링은 미국 LPGA투어 2부투어 시드를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기대주다. 퐁치에는 대만과 중국여자프로골프를 병행하고 있다.

퐁치에와 링은 한국 선수들의 강점으로 정신력을 꼽았다. 퐁치에는 “홀과 홀을 이동할 때는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며 여유를 보이지만 샷 할 때의 집중력만큼은 정말 모두 최고인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링도 “한국 선수들은 샷을 할 때면 눈빛이 달라진다. 특히 아이언샷 정확성은 세계 최고인 것 같다”고 거들었다.

퐁치에와 링은 덤으로 이번 대회 해설위원으로 찾은 ‘한국 골프의 전설’ 박세리(41)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박세리는 링이 중학생 때 말레이시아를 찾아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기도 했다. 둘은 앞서 박세리를 코스에서 발견하고 먼저 다가가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박세리 이야기가 나오자 퐁치에와 링이 미소를 되찾았다.퐁치에는 “박세리는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다. 그냥 전설 그 자체”라고 했다. 링도 “연습장 의자에 앉아만 계셨는데도 ‘카리스마’가 느껴졌다”며 “정말 엄청난 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지영2가 이날 6언더파를 몰아쳐 이틀 합계 13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랐다. 보기 2개를 내줬지만 버디 8개를 쓸어담았다. 김지영은 “올해 1월부터 멘탈코칭을 받으면서 샷이 편해졌다”며 “급했던 프리샷 루틴(샷하기 전 동작)을 느리게 바꾸면서 미스샷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김지영은 작년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통산 2승이자 메이저 첫 승이 목표다. 티에 공을 올려놓은 뒤 전광석화처럼 티샷을 하는 ‘속공 플레이’가 두드러졌지만, 올 시즌부터 경기 속도를 차분하게 바꾸면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28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와 고감도 퍼트로 우승컵에 한발 다가섰다. 하민송이 이틀 합계 10언더파로 2위, 최혜진이 9언더파로 3위에 올랐다. ‘슈퍼루키’ 최혜진은 이날 5언더파를 쳤다.

양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