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가동은 제조업 부활의 밑거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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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을 지켜 본 개성공단 기업인들지난 27일 남북한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지켜본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한다. 개성공단 폐쇄 뒤 막막했던 느낌, 이후 2년여간 회사를 운영하며 힘들어했던 순간들, 민감한 남북관계 탓에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라는 꼬리표 자체가 부담된 적도 있었다.
"기대 이상의 남북합의
경협도 탄력 받을 듯"
"추석 때 공장 다시 가동돼
北근로자와 명절 보냈으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영이너품 이종덕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 자리에서 전 세계에 ‘선물’을 주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좋은 소식을 기대했고 기대 이상의 선언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어 “2년 전 설 연휴 마지막 날 개성공단 폐쇄가 발표됐는데 올해는 추석 때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명절을 북측 근로자와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남녀 속옷 브랜드 ‘소프리’를 생산하는 영이너품은 2015년 처음 매출 100억원을 넘겼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63억원, 지난해 45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뒤 경기 고양시와 베트남에 봉제공장을 설립했지만 생산 공백을 메울 수 없었다.
이 대표는 “내수는 거의 포기하고 수출도 반 토막이 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시설점검도 이른 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남북 정상이 심은 식수(소나무)가 1953년생이라고 하는데 휴전협정일(7월27일) 전후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사전 점검 등 다양한 물밑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신발업체인 삼덕통상 문창섭 회장(개성공단기업협의회 2대 회장)은 지난 2년간 개성공단을 다시 열기 위해 뛰어다녔다. 문 회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본 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됐다”며 “생각의 차이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작점에 선 것 같다”고 말했다.문 회장은 2년 전 개성공단 폐쇄 후 베트남에 공장을 차렸지만 소통 문제와 바이어 이탈 등으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창사 후 첫 적자도 냈다. 바이어가 떠나고 일감이 줄고 납기도 제대로 못 맞춰 지체보상금을 줘야 하는 상황에 몰리다 보니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개성공단에 대한 기대는 크다고 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베트남이나 미얀마보다 인건비와 물류 경쟁력이 더 좋은 개성공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개성공단은 단순한 남북 경협의 차원을 넘어 한국 제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말용 고무줄 등을 생산하는 협진카바링은 개성공단 124개사 중 마지막인 2014년 3월 입주한 기업이다. 이상협 사장은 2008년 개성공단 1단계 2차 기업을 모집할 때 필리핀 등 해외 진출을 고민했으나 언어가 통하는 개성공단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공장 공사가 지지부진해 6년 뒤에나 입주할 수 있었다. 공단 폐쇄로 2015년 30억원이었던 매출이 2016년 23억원으로 줄어들었고 거래처도 40% 가까이 사라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이 사장은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개성공단이 문을 열지 않으면 해외로 나가야 할 판”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이 활성화되고 그 첨병인 개성공단이 조기에 재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