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불가역적 효력 갖게 국회 비준 추진… 한국당은 '부정적'

'4·27 판문점 선언' 이후

靑 "합의 내용 제도화" 강조

여당·野3당 "조속 비준"
4당 의석 170석 넘어
비준에는 큰 문제 없어

한국당 빼고 처리할까
역사적 의미 등 감안해
'한국당 패싱' 안할 수도

'드루킹 특검' 등과 연계
국회 정상화 여부도 변수
< 관광객들로 붐비는 임진각 > 남북한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 관계에 관심이 커지면서 29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이 평소보다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과거 남북한 정상회담 간 선언이 연속성을 갖지 못했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국회 비준을 통해 ‘불가역적 효력’을 지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국회 비준을 받아 정치 상황이 바뀌어도 합의가 영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려면 국가 재정 투입이 필요한 만큼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판문점 선언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환영 의사를 나타내고 국회에서의 후속조치에 전향적 뜻을 밝히고 있다. 이들 정당의 의석수도 과반을 확보하기가 어렵지 않다. 다만 ‘드루킹 특검’ ‘추가경정예산안’ ‘방송법’ 등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주요 현안과 맞물려 있어 국회 비준 시기를 가늠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더불어민주당은 29일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앞세워 ‘평화 띄우기’ 총력전에 나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평화 대 반평화’ 전선을 구축해 포스트 정상회담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계산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과제들이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2000년 6·15 선언(김대중 정부)과 2007년 10·4 선언(노무현 정부)은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지 않아 정권이 바뀐 뒤 사실상 사문화됐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판문점 선언이 국회 동의를 받으면 추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도 “남북 정상 간 합의문이 국회 비준을 통해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거들고 있다. 한국당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비준안 처리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비준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때를 대비한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기류가 부정적인 것은 맞다”며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실천적 움직임이 아직 없는데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주면 우리만 발이 묶이는 셈이 돼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야3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170석이 넘기 때문에 비준 자체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판문점 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정부 여당이 한국당을 ‘패싱’한 채 동의안을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준안 처리의 최대 걸림돌은 한국당의 반대보다 사실상 장기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의 정상화 여부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는 찬성하지만 드루킹 특검을 두고는 한국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바른미래당 입장도 변수다.

여권에서는 한국당 등 야당들이 판문점 선언 국회 처리와 드루킹 특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당은 지난 27일 단독으로 5월 임시국회를 소집했으며 민주당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홍문종 염동열 의원 등의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라고 비판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30일 만나 5월 임시국회 가동 여부를 협상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