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사건 터지자 "우리와 연관성 없다"… 선 긋는 문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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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드루킹은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갈 분" 옹호 해놓고선…“드루킹이 우리 ‘달님’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드루킹은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가야 할 분이다.”
카페 게시판 살펴보니
드루킹 관련 글 1000여개
회원들이 게시물 퍼나른 듯
"언론이 드루킹 보도 조작"
근거없는 음모론도 제기
문재인 공식 팬카페 ‘문팬’에서 2016년 11월 무렵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에 대해 언급한 댓글들이다. 문팬이 드루킹의 존재를 대선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당시 드루킹은 탈당설이 나돌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고, 문팬에서는 드루킹을 적으로 돌릴지 논란이 일었다. 결국 ‘우리 편’으로 보고 ‘드루킹과 손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문팬 회원 ‘한빛세상’(필명)은 “드루킹이 우리 달님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회원 ‘moon파워액션’은 “드루킹을 적으로 돌리지 마세요. 문재인님 살려야 된다고 블로거 방문자들한테 권리당원 권유하고 그랬어요”라고 옹호했다.
문팬은 최근 드루킹과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지난 18일 자유게시판에 올린 ‘드루킹에 대한 문팬의 입장’이란 공지 글에서는 “드루킹과의 어떠한 연관성도 없음을 확실하게 밝혀둔다”고 했다. 더 이상 문팬을 드루킹과 연관짓는 기사를 쓸 때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언론을 향한 경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문팬 게시판에는 드루킹 관련 글이 1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목과 내용에 드루킹이란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물이 368건이다. 대부분은 드루킹이 쓴 글을 퍼온 게시물이다. 드루킹이 운영한 또 다른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 언급된 게시글은 608건이다. 대부분 드루킹이 블로그 등에 쓴 글을 문팬 회원들이 퍼나른 것으로 추정된다. 문팬 회원들이 가장 많이 읽은 글을 모아놓은 ‘베스트 오브 문팬’에 오른 드루킹 게시물만 23건이다.드루킹 사건이 불거진 후 문팬 회원들은 기사 ‘좌표(URL)’를 찍으며 “여론조작이 아니라 언론사 절도 사건으로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페이스북에서 “김경수 의원이 누굽니까. 이런 정도의 일을 문재인 후보에게 숨기고 하지는 않았을 거란 합리적 의심이 있습니다”라고 지적하자 한 문팬 회원은 안 위원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사실을 알린 게시글에는 ‘수고한다’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문팬 운영자 ‘뼈노살문’은 “드루킹이 선거이슈를 잠식했다”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글을 문팬에 올렸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