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DNA' 되찾은 장하나… 시즌 첫 '메이저 퀸' 올랐다

크리스 F&C KLPGA챔피언십 2타 차 우승

최혜진·김지영 등 제치고 타수 잘 지켜 통산 10승

지난해 막판에 '덜미' 잡혀 우승 놓친 상처 씻어내고
완벽한 부활 팬들에 알려

"아직 장하나 살아있어요… 올 시즌 5승에 도전할 것"
< 우승 자축하는 ‘먼지 털기 춤’ > 장하나가 29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 F&C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먼지 털기 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장하나(26·비씨카드)는 지난해 열린 KLPGA챔피언십의 조연이었다. 그는 당시 3라운드까지 한 차례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평소 ‘승부사’로 불리던 그의 우승이 점쳐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생활을 정리한 뒤 돌아온 국내 무대에서 첫 승을 신고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장수연(24·롯데)이 이글을 잡으며 쫓아왔다. 장하나는 경기 막판 연속 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연장 패배 후 또 한 번의 준우승. 장하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쁜 기억 빨리 잊는 게 장점장하나의 가장 큰 장점은 나쁜 기억을 빨리 잊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따로 심리치료사를 두지 않는다. 겨우내 베트남 전지훈련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미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아이언샷을 다듬었고 칼을 갈았다. 그림을 그리거나 나노 블록을 맞추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장하나가 ‘먼지 털기 춤’ 세리머니로 지난 아픔을 모두 털어냈다. 장하나는 29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파72·6729야드)에서 열린 크리스 F&C KLPGA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며 정상에 섰다.

장하나는 “작년에 우승을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를 모두 털어버리자고 먼지 털기 춤 세리머니를 했다”며 “캐디가 스코어에 신경 쓰지 말고 공격적으로 경기하라 했고 이를 들은 게 적중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작년에 많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올해 2승으로 ‘장하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계속 열심히 해서 올 시즌 목표(5승)에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장하나는 이 대회 우승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10승째를 신고했다. 지난달 11일 한국투자증권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씻어낸 그는 이번에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시즌 초반 상금 독주체제 굳히나

장하나는 또 상금 등 주요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굳혔다. 그는 이번주 우승 상금으로 2억원을 챙겼다.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상금 3억9200여만원을 벌어 이 부문 단독 1위를 굳건히 했다. 올 시즌 첫 다승자가 된 장하나는 박성현이 7승과 함께 단일 시즌 최다 상금(13억3309만667원)을 기록한 2016년 당시처럼 빠른 속도로 상금을 모으고 있다. 박성현은 당시 4월 말까지 3승을 포함해 3억8900여만원을 벌었다.장하나의 역전 드라마는 지난 28일 3라운드부터 시작됐다. 2라운드까지 6언더파 138타 공동 7위였던 그는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추가하며 8타를 줄였고 새로운 선두가 됐다.

이날 최종라운드에선 그의 ‘승부사 DNA’가 시험대에 올랐다. 장하나는 2타 차 리드를 안고 최종라운드에 들어섰다. 3번홀(파4)에서 티샷이 감겨 해저드에 빠지면서 보기가 나왔다. 바로 다음 홀인 4번홀(파4)에서 버디로 잃은 타수를 만회했지만 하민송(22·롯데)이 6번홀(파4)까지 3타를 줄이며 동타를 이뤘다.

최혜진, 평균 타수 1위 올라장하나는 경쟁자들의 추격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경기를 펼쳤다. 하민송의 추격에도 파 행진을 이어갔다. 하민송이 8번홀(파4)에서 보기로 흔들리자 장하나는 11번홀(파5) 버디로 도망갔다. 결국 하민송은 후반 들어 더블 보기 등으로 타수를 잃었고 장하나는 리드를 지키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최혜진(19·롯데)과 김지영(22·SK네트웍스)이 12언더파 276타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혜진은 이번 대회 점수를 더해 평균타수 부문 새로운 1위(69.53타)에 올라섰다. 전년도 전관왕 이정은(22·대방건설)은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 공동 11위에 올랐다.

양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