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변호사의 금융 · 보험 바르게 알기 (14)] 금산분리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안은 동양사태 등에서 보여진 기업집단 내 비금융·산업부분의 재무·경영위험이 금융부분으로 전이되는 위험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금산분리의 목적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다만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은 사후적 건전성 감독규제이고, 금산분리 제도는 사전적 금지 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앞으로 규준을 통해 사후 감독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라면 금산분리라는 사전적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와 같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대기업 그룹들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과 산업이 서로를 보완함으로써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창출하는 토양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는 벤처·스타트업, 핀테크 업체들의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금융지주회사 자회사들(은행, 증권, 캐피탈, 보험)의 복합 점포 개설 움직임도 이와 같은 융합의 필요성에서 나온 것으로 금융회사들 간의 융합을 넘어 금융과 기타 산업의 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금산분리 제도현행법상 금산분리(은산분리 포함)와 관련한 법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지분을 10%이상 소유할 수 없으며, 의결권 행사의 경우 4% 이상을 넘을 수 없다. 다만 이들 비금융주력자라 하더라도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로 인하여 삼성증권, 한화생명 등은 있지만, 삼성은행, 한화은행 등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은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는 금융지주회사가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외의 국내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일반지주회사 또한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를 소유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으며, 금융지주회사법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하고, 비금융주력자의 4% 이상의 은행지주회사 의결권 주식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즉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로 인하여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한 SK그룹은 금융회사인 SK증권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공정거래법은 그 외에도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에 대해 일부 특별한 결정 이외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은산분리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은 생사기로의 갈림길에앞서 설명한 은행법 상의 은산분리 제도로 인하여 출범 1년을 맞이한 ‘케이뱅크’와 ‘카카오은행’은 경영적자가 누적되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기대지 말고 주주로 참여한 기업들의 장점을 활용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주문했지만 이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사전 투자는 필수적이며 결국 이는 자본금 확충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게다가 은행업은 BIS 비율을 준수해야 하므로 자본금 확충 없이 무작정 수익사업인 대출확대를 시도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카카오은행은 금융지주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은산분리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은행을 자회사로 두면 되기 때문에 타격이 적을 수 있으나, 케이뱅크는 20개가 넘은 회사들이 10% 미만의 주식들을 나누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금 확충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기가 매우 어렵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1조 3000억원으로 자본금 증자에 성공한 것에 반해 케이뱅크는 초기 자본금 2500억 원에서 1000억 원 증자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2차 증자 또한 원활하지 않은 이유이다.

◆금산분리를 유지하자는 입장에 대한 반론

금산분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의 주된 논거는 금융기관이 일반 기업의 사금고화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점과 기업의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 있다. 먼저 기업의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위험을 막고자 도입한 것이 앞서 말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이기 때문에, 이것이 금산분리의 유지 근거가 되기는 어려워졌다. 다음으로 금융기관이 일반 기업의 사금고화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으로 50억 원 이상의 이득을 취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의율하는바 고액의 업무상 횡령·배임죄는 다른 어떤 죄보다도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실제로도 부당 대출을 지시한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에게 중형이 내려진 사례들도 많이 있다. 따라서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한다고 관련 기업들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기는 어렵다. 그리고 금산분리가 도입되었던 시기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경쟁력도 떨어지고 자본도 충분하지 않아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왠만한 기업들이 자체 신용만으로 회사채 등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물론 금융기관이 부당한 대출을 행하거나 관계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매입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는 금산분리 제도 엄격하게 유지되던 시기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절대로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기업 또는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중대한 범죄행위를 금산분리와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경제발전의 유인이 충분하고 이로 인한 폐해의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금산분리를 계속 유지한다면 국가 경쟁력은 계속 낮아질지 모른다.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점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 그 범죄자를 엄단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 이와 같은 사고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다.
김도형 <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학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행정법 석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로스쿨 졸업(LL.M.)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 제7기 수료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7기 수료

경력
제4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4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한국금융연수원 교재집필 위원(리스실무)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 스타트업 · 규제혁신 특별위원회 위원한국석유공사 계약심의위원
법무부 해외진출 중소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