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파주 "GTX 기대… 매수자 줄 섰어요"

A노선 사업자 선정에 '들썩'

"교통여건 취약할수록 수혜"
2년전 미분양 아파트에 '웃돈'

대곡역~경의선 백마역 연결
남북경협 활성화 기대 겹쳐
15만원대 땅값 30만원까지
서울 지하철 6호선 연신내역 주변 대조동의 한 중개업소. 중개업소 앞에 ‘GTX 호재’를 알리는 입간판이 놓여 있다. /양길성 기자
서울 은평구 지하철 6호선 연신내역 사거리. 비좁은 골목 사이로 들어선 공인중개소 곳곳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호재’ ‘트리플 초역세권’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서 있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일부 중개업소는 ‘재개발물건 급구’ 딱지를 벽에 내붙였다. 문 밖으론 전화벨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대조동 S공인 관계자는 “GTX A노선 예비타당성 발표 후 매수 문의가 대폭 늘더니 지금은 매물이 없어 매수 대기자만 열댓 명”이라며 “연신내 시장 주변이 이렇게 뜨거운 건 처음 본다”고 전했다.

GTX A노선 사업자에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지난 27일 선정되면서 노선 역세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강남 시청 등 서울 주요 업무지역까지 2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대형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파주, GTX에 경의선 연결까지

GTX A노선은 파주~일산~삼성~동탄을 잇는 노선(83.1㎞)이다. 정거장 10곳을 지난다. GTX는 평균속도 110㎞/h로 일반 도시철도(30㎞/h)보다 4배가량 빠르다. 개통 뒤엔 일산~서울역(26㎞)은 13분, 동탄~삼성(38㎞)은 19분 만에 도착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GTX A노선 시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한 데 이어 이달 27일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신한은행 컨소시엄을 선정했다.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경쟁 컨소시엄보다 건설비를 3000억원가량 줄인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가격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요 업무지역과 멀고 교통망이 취약한 곳일수록 GTX로 더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지하철이 없는 파주 운정신도시(동패동·목동동)가 대표적이다. 2015년 11월 분양 당시 2700여 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한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은 분양권(전용 84㎡)엔 웃돈 4000만원이 붙었다. ‘운정 센트럴 푸르지오’ 분양권(전용 84㎡)은 지난주 웃돈 7000만원이 붙은 4억2524만원에 손바뀜했다. 동패동 M공인 관계자는 “2년 전 미분양이 쌓인 곳이었는데 지난해 운정 연장선이 통과하면서 시세가 올랐다”며 “GTX가 운정신도시를 먹여 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남북한 경협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동해·경의선을 복구하기로 했다. 경의선은 2003년 복원됐지만 열차는 운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예산 2000억원을 투입하면 경의선 전 구간에 평균시속 50㎞ 열차가 다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여기에 사업권을 따낸 신한은행 컨소시엄은 GTX 대곡역과 경의선 백마역을 잇는 철로(4㎞)를 건설하기로 했다. 노선이 연결되면 고속열차가 최북단 역인 파주 문산역까지 닿는다. 파주 문산읍 B공인 관계자는 “3.3㎡(평)당 15만원 선에 거래되던 땅값이 정상회담 뒤 최고 30만원까지 호가한다”며 “경의선 복구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파주 일대는 남북 철도 교통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대중교통 여건 나쁠수록 ‘수혜’

경기 일산 신도시는 GTX 역사가 들어설 예정인 킨텍스 사거리 주변이 들썩이고 있다. ‘킨텍스원시티’ 분양권(전용 84㎡ B2)은 지난주 웃돈 2억4000만원이 붙은 7억3900만원에 거래됐다. 건너편 ‘킨텍스 꿈에그린’ 분양권(전용84㎡)도 지난주 웃돈 1억6500만원이 붙은 6억76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일산신도시는 지하철 노선이 3호선 한 개에 불과해 GTX가 대형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GTX를 타면 일산~삼성(37㎞) 간 이동 시간이 기존 80분에서 17분으로 줄어든다. 대화동 K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 프리미엄까지 붙어 현재 원시티 매물은 대여섯 개뿐”이라고 전했다.서울에선 GTX역이 예정된 연신내역(3호선) 주변 재개발구역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조1구역 연립주택(대지면적 25㎡)은 지난주 2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대지지분 30㎡ 매물이 2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3㎡당 매매가격이 1400만원가량 올랐다. 인근 W 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봄부터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며 “매물은 전체 1546가구 중 10여 가구에 그친다”고 전했다.

경기 분당신도시에선 GTX 판교역(예정) 주변 아름마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름마을 ‘6단지 선경’(전용 83㎡)은 지난달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분당선 이매역 인근 ‘이매촌 청구’(전용 84㎡) 실거래가(8억9900만원)보다 약 5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지난 2월만 해도 ‘6단지 선경’ 실거래가는 6억5000만원으로 ‘이매촌 청구’보다 6200만원 낮았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