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원유 70弗대 지속… 긴장하는 '정유 빅4'

"국제유가 80弗 넘을수도" 전망
정제마진 줄어들어 이익 '발목'
증권가 "1분기 실적 저조할 것"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소비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도 호황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오르는 유가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 역할을 하는 두바이유 6월물 가격은 배럴당 70.8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9일 70.75달러를 돌파한 이후 10일 넘게 배럴당 7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긴 것은 2014년 11월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 등 지정학적 위험 증가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위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정유사들로선 원유 가격 상승이 달갑지 않다. 석유제품의 원료인 원유 가격이 상승해도 제품 판매가격은 갑자기 올리기 어렵다. 마진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 마진은 4월 둘째주 배럴당 7.3달러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주엔 6.4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을 뺀 금액이다. 최근 매주 0.1~0.6달러씩 변한 점을 감안하면 변동폭이 크다. 업계에서는 원유 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시장에선 이란 핵 협상 파기 시나리오, 시리아 내전 등 지정학적 문제가 공급에 영향을 끼치면 유가가 오름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4~5월은 난방이 끝난 데다 차량용 연료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지 않아 계절 측면에서도 정제마진이 크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정유사들의 올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세계 경제의 견조한 성장이 수요를 키우면 석유제품 가격 인상이 받아들여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유사가 미리 사둔 원유 재고 평가액이 높아지는 것도 호재다.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원유 개발을 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 상승을 견딜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