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효과 원하는 트럼프 "판문점, 대표성 있고 중요한 장소"

북·미 정상회담 장소 판문점 급부상

세계가 주목한 평화의집서 김정은 만나나

싱가포르 등 제3국 두 곳까지 압축했다 급선회
靑 "문 대통령과 통화 때 트럼프가 먼저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판문점이 지닌 상징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판문점 내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거론하며 남북한 접경 지역으로서 ‘대표성이 있고, 중요하고, 지속 가능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와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판문점은 최대한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소라는 판단이다.

판문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한 한국 특사단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직후 후보지로 거론됐다. 김정은이 육로로 올 수 있는 데다 미국 대통령에게도 안전한 장소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에서 북·미 정상회담까지 개최된다면 북·미 회담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후보지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제네바, 싱가포르, 몽골 울란바토르, 스웨덴 스톡홀름, 미국 괌 등이 후보지로 검토됐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몽골로 압축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미국 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연 공동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두 개 나라까지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트윗.

남북 정상회담 성공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 트위터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역사적인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중계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판문점을 유력 후보지로 다시 테이블에 올렸다는 해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문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후보지로 언급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쇼맨십에 능하고 언론 플레이를 잘하기 때문에 판문점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3국보다는 판문점 회담이 주목도가 높고 한국 정부의 공도 인정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전 외무장관은 “트럼프는 한반도 정세 재편이 자신 덕분에 된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것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삼으려 한다”며 “판문점 회담을 통해 평화의 메신저로 자리매김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점칠 수는 없다”면서도 “청와대는 환영하는 입장이며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미현/이미아/김채연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