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자급제폰…'약정의 노예' 해방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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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제폰 국내 출시 줄이어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와 화웨이도 국내 시장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자급제 모델 출시를 검토하면서 휴대폰 구매 패턴의 변화가 점쳐진다. 자급제 폰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자급제 시장 확대도 예상된다.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 전망
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7일 출시하는 'LG G7 씽큐'의 자급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화웨이도 국내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검토중이다.자급제폰은 이통사가 정해지지 않은 공기계(언락폰)를 의미한다. 구매 후 원하는 이통사에서 개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들이 컴퓨터를 사고 인터넷을 신청하듯 기기와 통신을 따로 구매하는 형태로 이통사향폰과 출고가는 같다. 자급제폰은 삼성디지털프라자·하이마트·전자랜드 등 전자제품 전문점과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월 출시한 갤럭시S9 자급제 모델을 통해 자급제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모델은 갤럭시S9 전체 판매량 중 3~5% 수준인 10만6000여대가 팔렸지만,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간 수천대에 불과했던 자급제 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라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앞서 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알뜰폰 업체에 불리한 시장 환경을 이유로 삼성전자에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를 요구했다. 이를 삼성전자가 받아들이면서 갤럭시S9 자급제 모델이 나오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자급제 모델 출시는 애초 정부의 요구로 시작됐지만, 제조사들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자급제 모델을 출시해서 반응이 좋다면 비중을 좀 더 늘리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사실 자급제 모델은 제조사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이통3사를 통해 판매하는 경우 판매·대리점에 지급해야 하는 판매지원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자급제로 판매시 이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최대한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동시에 자체 유통망도 강화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도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소비자가 일반 전자제품 유통점 등에서 휴대폰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고 유심(USIM)만 사면 이통사와 알뜰폰을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도 있다.자급제를 통해 스마트폰을 더 싸게 샀다는 사례가 하나 둘 알려지면서 자급제폰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갤럭시S9 자급제 모델을 구입한 김경열 씨(40)는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실제 출고가보다 40만원 정도 싸게 샀다"며 "카드, 삼성페이, 중고폰 보상 혜택까지 더하니 생각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줄어든 보조금도 자급제 활성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이통 3사는 유독 보조금 경쟁에 소극적인데 지난해 ‘갤럭시S8’출시 때 ‘불법 보조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지원금 규모가 컸던 것과 대조된다. 이런 이유로 보조금이 적은 통신사 공급모델보다 할인 혜택이 큰 자급제폰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긴 약정 기간을 부담으로 여긴 소비자들은 자급제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선 주로 이통사 매장에서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요금제에 가입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이통사를 통하기 때문에 약 24개월 정도 기간으로 약정을 해야한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약정 기간 내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있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지원금을 받으면 25% 요금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약정의 노예라는 말이 불편하게 들리는 이유다. 일각에선 자급제폰 확대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기존의 구매방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번거로운 개통 절차를 이유로 자급제를 택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수십년간 이통사를 통해 휴대폰을 구매해왔다"며 "이통사를 통한 구매가 편하고 사은품 등 혜택도 알아서 챙겨주기 때문에 자급제폰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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