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식회계" vs 삼성바이오 "위법없어"…논쟁 격화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전경. 한경DB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둘러싸고 금융감독원과 회사 측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1년 넘게 특별감리를 벌인 끝에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위법은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 금감원 "상장 전 흑자전환…분식회계다"지난 1일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를 마무리하고 회사와 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 조치사전통지서는 회계처리 위반으로 향후 제재 조치가 예상될 경우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 위반사실 및 예정된 조치 내용을 해당 회사와 감사인에게 안내하는 절차다. 감리위는 이달 중 열릴 예정이다.

금감원은 상장 전 분식회계 논란이 일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특별감리를 벌여왔다. 감리의 핵심은 2011년 설립된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전해인 2015 회계연도에 갑자기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을 둘러싼 분식회계 여부다.

삼성바이로직스는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에 대한 회계처리를 '장부가액'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변경해 흑자전환했다. 금감원은 이를 회계기준을 위반한 분식회계 행위로 보고 있다.◆ 적자 기업, 흑자 기업된 방법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공동투자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CMO)과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 하는 사업 등 두 축으로 구성된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바이오에피스는 복제약 연구개발을 담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적 증자로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늘려나갔다. 2015년에는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91.2%나 확보했다. 그런데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돌연 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자회사 가치를 취득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평가해 회계 장부에 반영했다.바이오에피스 장부가액은 3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장가치는 4조8000억원이었다. 바이오시밀러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인정받아서다. 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당기순이익에 반영하자 순이익이 2014년 393억 적자에서 2015년 1조9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한 근거는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의 연구 개발 사업이 성공할 경우 지분율을 8.8%에서 50%-1까지 늘릴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으로 바이오에피스를 경영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회사 가치를 시장가치로 평가해 반영한 것이다.◆ 삼성 "국제회계기준에 따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문. 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처리했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리고 "자회사 회계처리 건은 2015년 말 결산실적 반영시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제회계기준상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에 중대한 변수가 생긴다고 판단될 땐 자회사를 공정가치로 평가해 회계장부에 반영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같은 회계처리에 대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대상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가치가 그 콜옵션 행사가격 보다 현저히 큰 상태인 '깊은 내가격 상태'에 해당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있을 감리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소명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부터 4년간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2016년 재무제표는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았다. 2015년 말부터는 삼성물산 연결자회사로서 삼일회계법인에서도 적정의견을 받았다.

2016년 기업공개를 앞두고는 금융감독원이 위탁한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감리를 받아 ‘중요성의 관점에서 회계기준에 위배된다고 인정될 만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회계전문가 및 관계당국이 문제를 발견한 적이 단 한차례도 없는 것이다.

◆ 향후 제재 수위는?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논리 대결이 치열한 만큼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제재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분식회계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는 향후 감리위를 거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유가증권 발행 제한이나 과징금 부과 등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건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며 "현재까지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는 미실현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고려해 회계 기준을 변경한 것은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서는 12월 내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콜옵션 행사에 따라 회계 처리 문제가 다소 해소될 여지는 있다고 서 연구원은 판단했다.

만약 금융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고의성을 인정할 경우 과징금 규모는 회계 처리 위반 금액의 최대 20%까지 늘어난다. 이때 회계 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실질검사 대상으로 지정돼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또 이번 사태가 단순 회계처리 규정 위반이 아니라 고의적인 분식회계 행위인 '회계사기'로 확인될 경우 최고 수위 징계인 상장폐지 여부도 고려된다.다만 이 경우 국내 주주들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의 법적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금융당국의 분식회계의 고의성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향후 감리위와 증선위 등에서 격론이 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