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모 "어려운 기교의 파가니니 곡, 내 개성대로 해석해보일 것"

3일 '24개의 카프리스' 연주하는 양인모
“파가니니가 작곡한 ‘24개의 카프리스’는 신기에 가까운 바이올린 연주로 유명한 파가니니 자신도 전곡을 공연했던 기록이 없어요. 그만큼 어려운 곡이지만 제 개성을 담아내고 음악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3·사진)는 3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다시 태어난 파가니니(Reborn Paganini)’란 제목의 독주회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 무대에서 그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를 선보인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작곡했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극한의 기교를 필요로 하는 곡이다.양인모는 “24개 카프리스 음반을 들어보면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뭔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파가니니의 음악적 성격이 잘 드러나도록 다시 해석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연주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음표를 따라가기도 벅찬 파가니니 곡 속에서 정말 개성 있는 연주가 가능할까. 그는 “파가니니는 기교의 한계를 시험한다기보다 기교가 얼마나 음악적 도구로 쓰일 수 있는지를 시험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파가니니는 악보에서 악상기호와 같은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연주자가 많은 재량을 갖도록 배려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양인모는 2015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제54회 프레미오 파가니니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6년 이후 9년 만에 나온 1위 수상자이자 한국인으로는 최초다. 그는 “콩쿠르 당시에도 내 스타일대로 설득력 있게 해석해 연주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인터뷰를 한 2일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습도 때문에 현악기 연주자들에게 민감할 법도 한 날씨지만 이날 인터뷰 내내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가 쓰는 악기는 명품으로 알려진 171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요아힘 마’. 그는 “이 악기를 미국에서 조율해봤는데 조율해주는 사람이 습도와 온도가 틀어져도 소리가 잘 나는 악기라며 극찬했다”면서 “악기에만 기대지 않고 공연 당일 금호아트홀 내부 습도(30~40%)에 맞춰 그동안 연습해왔다”고 설명했다.

양인모는 “어려운 파가니니 바이올린 곡을 연주한다는 것에 공연의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다”며 “파가니니에 대한 음악적 소양이나 개념을 모르는, 아니 바이올린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와 닿을 수 있도록 많은 청중을 위한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