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실거주냐, 투자냐… 부동산 투자 '목적'부터 명확히 하라

Let's Study - 부동산 투자전략 (1)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면 분양상담사가 처음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실거주예요, 투자예요?” 대부분 방문자는 이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기보다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직업상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일이 많고 주변 지인들과 부동산 상담도 곧잘 하는데 마찬가지 질문과 마찬가지 대답을 듣는다. 이 질문의 답이 중요한 이유는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의 목적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한국에서 대부분의 부동산 매수(예정)자는 투자자다. 정부 기준으로 보면 투기자다. 특정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더라도 향후 가격 상승 여부를 꼭 따진다. 본인이 편안히 거주하고 싶은 아파트와 가격 상승이 담보된 아파트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가격 상승이 보장된 아파트를 고른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아파트뿐만이 아니다. 오피스텔을 구입한다면 이 질문은 더 중요하며 그 대답에 따라 분양상담사의 대응이 달라진다. 투자자라고 하면 전매하기 좋은 시기, 양도세를 절세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거주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주변 생활 인프라나 유닛(내부구조)의 장점 등을 얘기해주게 된다. 요즘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지만 실거주를 원하는 수요자에게는 그런 얘기도 해줄 필요가 없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투자에 따른 수익 확보도 어려워진다. 해당 상품을 선택하는 데 따르는 문제점 등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특정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지만 투자 목표가 모호하면 처음부터 잘못된 상품을 고를 수도 있다. 투자를 통해 2년 뒤 이 부동산을 매도할 예정이라면 단기간에 가격이 오를 수 있는 부동산이 적당하다. 그게 아니고 거주가 목적이라면 단기보다는 장기, 매도보다는 보유에 따르는 문제점을 고민해야 한다. 선택할 수 있는 상품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투자 목적이 명확해야 하는 더 큰 이유가 생겼다. 월세 받는 부동산과 전세 받아 시세차익을 내는 부동산 간 구분이 비교적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투자수익은 운영수익과 자본수익으로 나눌 수 있다. 운영수익은 월세와 같이 매달 일정한 금액이 유입되는 현금 흐름이다. 자본수익은 팔 때 발생하는 수익이다. 세법에서 양도차익이라고 말하는 그것이다. 투자수익은 이 두 가지가 더해져 발생한다. 과거에는 월세 받는 아파트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계약이 바뀌고 있어 이런 아파트들이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
부동산 투자를 해보면 월세가 잘 나오는 부동산은 시세차익이 많이 나지 않고, 시세차익이 괜찮은 부동산은 월세가 시원찮다. 아무리 좋은 지역의 오피스텔이라도 아파트만큼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오피스텔이라는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월세로 수익의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오피스텔은 더 이상의 수익(시세차익)을 창출해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따라서 오피스텔이나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을 미리(분양할 때) 살 필요는 없다. 입주 때까지의 그 짧은 기간에 시세차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용산구의 아파트는 월세가 많이 나온다. 이에 비해 시세차익이 큰 상품은 최근 입주한 새 아파트를 제외하면 많지 않은 편이다. 시세가 7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남아이파크 66㎡의 월세 호가는 240만원(보증금 5000만원)에 이른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1억5000만원 정도의 가격 상승이 있었을 뿐이지만 월세수익은 서울의 어떤 지역보다 높다. 반면에 시세가 10억원이 넘어가는 비슷한 크기의 삼성힐스테이트는 150만원 이상의 월세를 받기가 어렵다. 대신 이 아파트는 입주 후 7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났다. 월세보다는 시세차익이 많이 발생하는 강남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강북 대장주인 경희궁자이는 이 두 상품의 중간 정도 위치에 있는 듯하다.

모든 상품에 적용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월세를 많이 받는 상품은 시세차익이 크지 않다. 시세차익이 큰 상품은 월세수입이 많지 않다. 따라서 본인이 월세수익을 바라는지 시세차익을 바라는지를 명확히 하고 상품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세차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월세가 많이 나오는 아파트를 전세로 빌려주는 바보같은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분양상담사가 “실거주예요, 투자예요?”라고 물으면 자신있게 “투자입니다”라고 대답하기를 권한다. 투자의 첫걸음은 자신의 목표를 뚜렷하게 깨닫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을 도와줄 전문가들의 적절한 조언을 확보하는 것은 덤이다.

심형석 <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