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피면 '극단적 선택' 막는다"… 자살자 92% '경고신호'

자살 시도 경험 36%, 자해 13%…유가족 21%만 '사망 전 징후' 인지
'자살 유발 요인' 청년은 연애·학업, 장년은 직장·실업
복지부, 심리부검 결과 발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100만명 양성"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대부분은 사망 전 '죽고싶다'고 말하거나 주변정리를 하는 등 자살 징후를 드러내지만, 가족 5명 중 1명만 이런 경고를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요인은 연령대별로 달라 청년기에는 연애·학업, 중년기에는 직업·주택부채, 장년기에는 직장·실업, 노년기에는 신체건강이 자살에 이르게 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3일 이런 내용의 '자살사망자 심리부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행동 변화를 확인하고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것으로, 부검 대상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중앙심리부검센터로 의뢰된 자살자 289명이다.분석 결과, 자살자의 92.0%는 언어·행동·정서 상태의 변화를 통해 자살 경고신호를 보냈다.

언어적으로는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 하고,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비하적인 말을 하거나 자살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도 있었다.행동 측면에서는 불면증이나 과다수면 증세를 보이거나 과식 또는 소식을 하는 등 식사 태도의 변화가 감지됐다.

또 통장이나 물건을 정리하거나 외모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평소 아끼던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동도 보였다.

자살자의 36.0%는 약물·알코올 남용이나 충동구매, 과속운전 등 자극을 추구하는 행위를 했고, 12.8%는 자해, 35.6%는 이전에도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서적으로는 죄책감, 무력감, 과민함 등 감정상태 변화가 감지됐고, 대인기피나 흥미상실 증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은 21.4%에 그쳤고, 자살 의사를 확인하거나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등 적절하게 대처한 경우도 많지 않았다.

전명숙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주변에서 주의 깊게 살피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며 "정부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가족이나 친구, 이웃의 자살위험 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교육받은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를 100만명까지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살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복수응답)은 ▲ 정신건강 문제(87.5%) ▲ 가족관계(64.0%) ▲ 경제적 문제(60.9%) ▲ 직업 관련 문제(53.6%) 순이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자살자의 62.3%가 수면장애를 겪었고, 체중증가 및 감소(42.6%), 폭식 또는 식욕감소(39.8%)를 경험한 경우도 많았다.

경제적 문제로는 ▲ 부채(71.0%) ▲ 수입감소(32.4%)가 주를 이뤘고, 부채 발생 사유는 생활비 충당(24.8%), 주택구매(21.6%), 사업자금 마련(20.8%) 등이었다.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연령별로 차이가 있었다.

청년기(19∼34세) 자살자는 연애관계·학업 스트레스가 높았고, 성인기 이전에 부정적 사건을 경험한 비율(51.3%)도 타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중년기(35∼49세)에는 직업 스트레스(59.4%)와 경제문제 스트레스(69.8%)가 큰 영향을 미쳤고, 특히 주택 관련 부채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장년기(50∼64세) 자살자는 직장 스트레스(59.7%)와 실업 상태로 인한 문제 및 경제적 문제 스트레스(64.9%)가 컸다.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상담받은 비율(59.7%)과 과거 자살시도 경험률(48.1%)도 높았다.

노년기(65세 이상) 자살은 신체건강과 관련한 스트레스(80.6%)의 영향이 컸고, 혼자 지내거나 친구가 1∼3명밖에 없는 등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

자살유가족 352명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사건 발생 후 일상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 대부분(80.1%)은 우울감을 느끼고, 이 중 95명(27.0%)은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수면문제(36.4%)나 음주문제(33.8%)를 경험하는 유가족도 많았다.

응답자 63.6%는 고인이 자살로 사망했다는 것을 사실대로 알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상대방의 충격을 걱정해서', '유족을 비난하지 않을까 걱정돼서' 등의 이유였다.

정부는 자살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협조체계를 강화한다.경찰청 자살 사건 수사 시 유가족에게 정부 지원, 복지서비스 안내 등이 담긴 홍보물을 제공하고, 복지부는 유가족 심리상담과 치료비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