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최빈국인 미얀마, 기부 지수는 세계 1위죠"

뜻밖에 미얀마

조용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328쪽│1만6000원
미얀마의 자존심 쉐다곤 파고다의 자태는 경이롭다. 둘레 436m, 높이 99m의 황금 탑에 5448개의 다이아몬드와 2317개의 루비가 박힌 인류의 보물이다. 찬란한 햇살을 머금은 황금 탑은 신비하면서도 영롱하게 빛난다. 양곤 시민들은 자신이 태어난 요일에 이곳을 찾아 참배한다.

미얀마는 불교의 나라다. 또한 서구인들이 그토록 열망하던 ‘엘도라도(황금의 도시)’였다. 식민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 열강으로부터 이 보물을 피와 땀, 지혜로 지켜낸 미얀마인들의 분투에 관광객들은 숙연해진다.
《뜻밖에 미얀마》는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를 지낸 저자(조용경·사진)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열여섯 차례에 걸쳐 미얀마를 방문해 발로 뛰며 체험한 기록이다. 1974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 입사한 후 포스코건설, 대우엔지니어링 등에서 일했다.

“밥 먹는 것보다 여행을 더 좋아한다”는 그는 은퇴 후 몽골, 인도의 라다크 등 오지를 즐겨 찾았지만 그중에서도 ‘시간이 멈춘 나라’이자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인 미얀마의 매력에 푹 빠졌다. ‘머물고 싶은 황금의 나라’라는 부제답게 미얀마의 속살을 탐험하며 화려한 유적뿐 아니라 닮고 싶은 현지인들의 생활과 문화도 소개한다. 미얀마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직접 찍은 사진들도 풍성하게 담았다.3등 열차를 타고 둘러본 현지인들의 정겨운 풍물과 함께 핑크빛 커플룩을 한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합장한 자세로 하객을 맞이하는 모습, 160년간 버텨온 세계 최고(最古) 목조 다리인 우베인 다리의 아름다움을 소상하게 적었다.

미얀마인들은 이타심이 강하다. 1인당 국민소득 1200달러의 최빈국이지만 기부 지수는 세계 1위다. 상부상조하고 낯선 외국인을 순박한 미소로 반갑게 맞는 미얀마인들로부터 마음의 풍요와 행복이 무엇인지 배웠다고 술회한다. 목재 티크,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과 함께 1960년대 우리나라에 쌀을 원조한 부국 미얀마가 최빈국이 된 슬픈 역사도 들려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