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6000억 베팅… '스타일난다' 지분 100%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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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 대박 김소희 대표 '스타일난다' 남는다프랑스 화장품업체 로레알은 3일 한국 패션·화장품업체인 스타일난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분 70%가량을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해 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가 보유한 지분 100%를 다 사들이기로 했다. ▶본지 4월10일자 A1, 22면 참조
화장품 3CE 글로벌 브랜드로
스타일난다 매출의 70% 차지
로레알, 색조브랜드 강화 포석
당초 지분 70%만 매각 추진
로레알, 100% 인수 원해 성사
김 대표는 디렉터 역할 맡기로
알렉시 페라키-발라 로레알그룹 시판사업부 사장은 “스타일난다 지분을 100% 인수해 글로벌 패션·뷰티회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인수금액은 약 6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회사를 떠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계속 일할 예정이다.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로레알이 그에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일난다의 패션과 화장품(3CE)사업을 이끌어온 김 대표의 역할이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란 판단에서다.김 대표는 월매출 1000만원에 그치던 ‘동대문표’ 온라인 쇼핑몰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감각으로 13년 만에 연매출 1600억원 규모로 키워내 6000억원에 매각함으로써 K패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사진)는 로레알그룹의 지분 인수와 관련, “이번 거래는 난다에 획기적 돌파구”라며 “로레알그룹의 지원과 글로벌 채널을 바탕으로 스타일난다가 글로벌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계적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로레알이 스타일난다 지분 100%를 인수한 것은 화장품 브랜드 ‘3컨셉아이즈(3CE)’와 패션 브랜드 ‘스타일난다’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637억원의 매출을 올린 스타일난다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센 언니’ 콘셉트의 옷과 남다른 색감을 가진 화장품으로 젊은 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3CE는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같은 핑크색이라 해도 3CE의 핑크는 톤과 질감, 색 표현 등이 다르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로레알그룹은 3CE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3일 “스타일난다는 한국,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생) 사이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라며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도 진출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내 패션 창업자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월 매출 1000만원에 불과하던 동대문시장표 온라인 쇼핑몰 회사가 13년 만에 연매출 16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도 그렇지만, 글로벌 회사에 6000억원을 받고 매각한 것은 전에 없던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평소 3시간씩 자면서 ‘상품이 아니라 스타일을 판다’는 철학으로 일해왔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개성 있는 옷, 튀는 디자인을 팔아 ‘대박’을 터뜨렸다. 잘 팔릴 만한 옷과 예쁜 색을 찾아내는 동물적 감각을 가졌다는 게 김 대표 지인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직접 메이크업한 모델 사진을 본 소비자들이 화장품에 관심을 나타낸 것이 독특한 스토리다. “이참에 직접 화장품도 해보자”며 만든 것이 3CE다. 말린 장미꽃잎색, 자줏빛이 섞인 오렌지 등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색조 제품을 내놔 히트를 쳤다.로레알그룹은 3CE 같은 색조 전문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이 회사는 입생로랑, 슈에무라, 조르지오 아르마니, 랑콤, 비오템, 키엘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백화점 판매용 브랜드다.
3CE는 로드숍, 쇼핑몰, 백화점, 온라인몰 등 여러 유통채널에서 판매할 수 있다. 또 립스틱, 아이섀도, 블러셔 등 색조화장품에 강점을 갖고 있는 3CE를 자사 브랜드로 편입하면 기초 메이크업 브랜드 위주인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여성들이 쉽게 지갑을 여는 색조화장품 전문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지혜/정영효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