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街 '뉴 CEO' 시대…그들의 생존전략 보니

지난 1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 총수(동일인)로 정신 인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영현실을 반영해 롯데그룹의 총수를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으로 본 것이다.

롯데 비상경영위원회는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의 계열사들을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는 인물로서 신동빈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만큼 공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신동빈 회장이 롯데를 대표해 경영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롯데그룹처럼 요즘 유통 대기업들의 오너 일가 내 '지분 구조' 변경 소식들이 자주 들린다. 유통가(街)가 창업주에 이어 2, 3세로 경영이 승계되는 과정의 단면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른바 '뉴(new) CEO'로 불리는 유통가 2, 3세 경영진들의 신(新)성장 전략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먼저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지분 정리로 인해 사실상 체제를 공고히 했었다. 신 회장은 롯데를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바꾸기 위해 같은 해 12월부터 임직원들에게 직접 인공지능(AI)을 화두로 던졌다. 오는 2021년까지 롯데의 전 계열사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으로, 신 회장의 복심인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으로 하여금 진두지휘하게 했다.

롯데는 IBM 왓슨 시스템을 즉각 도입하고 올해 1월 중 60여명 규모의 AI-TFT(인공지능 태스크포스팀)팀을 꾸렸다. 롯데는 이후 AI를 통해 분석한 소비자 트렌드를 바탕으로 '빼빼로 카카오닙스'와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를 선보인데 이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서류전형에 AI시스템을 활용한 평가를 도입했다.

한세그룹은 이에 앞선 2017년 3월과 8월에 장남 김석환씨와 장녀 김지원씨를 각각 예스24 대표이사와 한세MK 상무로 임명했다. 올 3월에는 차남 김익환씨도 한세실업 단독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영원무역의 경우 성기학 회장의 차녀 성래은씨가 2016년에 영원무역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휠라코리아는 올해 3월 윤윤수 회장의 장남인 윤근창씨를 단독 대표이사로 앉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렇게 '뉴 CEO' 체제로 새로운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정연 신영증권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휠라코리아의 경우 지난 2월 인터넷면세점을 시작으로 5월부터 오프라인 면세점에도 적극 진출할 예정인데 인바운드(외국인 입국자) 효과와 함께 추후 중국 조인트벤처와 사업 확대 등이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영원무역과 영원무역홀딩스는 종속회사의 실적 회복과 기존 사업의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 "현대그린푸드 등도 오랜 만에 본업 강화를 위한 투자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원무역은 작년 하반기부터 경영전력에 뚜렷한 변화를 주고 있다. 그간 고집해온 아웃도어 품목이 아니라 브랜드로의 바이어 확대에 나선 것이다. 영원무역은 올 3월부터 방글라데시에서 3년간 1500억원을 투자, 기능성 니트 의류 제조를 위한 수직계열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아웃도어에서 품목을 다변화해 새롭게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한세드림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서 애널리스트는 "한세실업을 제외한 여러 종속회사들의 가치가 돋보이고 있는데 예스24, 동아출판, FRJ 등이 그 주인공"이라며 "특히 한세드림의 실적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유아복인 모이몰른의 성과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한세드림은 2015년에 영업흑자로 돌아선 뒤 2017년에 17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영업이익은 21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한세드림의 종속회사인 중국법인 성과도 뛰어난데 모이몰른의 중국 내 매장 수가 200개를 돌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