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 후 15분 내 출고…대륙은 지금 '배송 전쟁' 중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사진=바이두

"입금한 지 15분 밖에 안됐는데 물품이 출고됐습니다. 속도가 제법 빨라요."

중국으로 유학길에 오른 서지현 씨(26)는 현지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이용하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전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주문한 가방 택배 송장 번호가 바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판매자가 주문을 바로 접수한 것이죠.

서 씨에 따르면 수령 지점도 꽤 세분화 돼 있습니다. 자택부터, 편의점, 물류센터, 무인사물함 등 여러 곳 중 원하는 장소를 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수령하지 못할 경우 며칠씩 보관도 해주고 있습니다. 서 씨는 "한국에서 빠르면 한나절 걸리는 과정이 이곳에서는 절반 밖에 안 걸린다"며 "생각보다 택배 시스템이 훨씬 더 많이 발달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세계 4번째로 넓은 영토를 갖고 있는 중국 대륙에서는 최근 치열한 '배송 전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은 데다 국토 면적이 크다보니 저절로 물류 혁신이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양적으로 많다보니 저절로 수용 능력이 길러진 것 같습니다.

중국 국가우정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중국에서 400억개의 택배가 배송됐다고 합니다. 전년 대비 28%나 증가한 것으로 서 씨와 같이 알리바바 또는 징둥과 같은 온라인 업체들이 활약한 덕분이죠. 특히 중국판 블랙프라인데이인 '광군제'에는 택배 물동량만 11억건(2017년 기준)이 쏟아졌다고 하니 참 엄청난 규모 입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이 어마어마한 택배 물량을 '소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택배량이 작년보다 20% 증가한 500억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규모가 세계 2위 미국의 1.5배라고 하니 짐작이 가시나요?

알리바바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배송량에 대응하기 위해 AI(인공지능)와 로봇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주문 단계에서 알리바바의 AI는 개인 맞춤형 추천 상품을 추천해 소비자의 결정을 돕고 고객 인근 지역에 준비해 놓은 재고를 배송하고 있습니다.

과거 한 명의 직원이 하루 내내 1000여 건을 처리했다면 이제는 로봇의 도움으로 처리량이 3배가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알리바바는 앞으로 5년간 물류 부문에 1000억 위안(약 17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알리바바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징둥 역시 지난해부터 조금씩 무인 드론 택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징둥은 하이난성에서 드론을 이용한 첫 물류 배송에 성공했는데요. 이미 중국 지역 정부와 함께 손을 잡고 지방에 드론 공항을 짓고 있다고 합니다.

올 초 다보스포럼에서 류창동 징둥그룹 회장은 "수만 대 이상의 무인기를 탑재하는 물류공항을 건설해 모든 물건을 24시간 내 소비자에게 배송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알리바바와 징둥 외에도 중국 최대 물류 배송 기업 순펑, 선퉁 등도 드론 또는 로봇을 활용한 물류 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순펑은 이미 2013년부터 드론 배송을 연구해 왔으며, 선퉁 역시 택배 분류 로봇 쇼황런으로 하루 20만건 택배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소매액이 5조5000억 위안(2017년 10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34% 급증했습니다. 모바일 결제 거래 규모는 150조 위안(약 2경567억원)으로 세계 1위 규모라고 하는데요.

현재 중국의 인당 택배 건수는 연간 23건(한국 47건, 미국 34.6건)에 불과합니다. 중국 인구 13억명을 생각하면 중국의 택배 시장 전망은 어마어마하게 밝을 수 밖에 없겠네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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