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은 아이의 미래 위한 선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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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가평·남양주 등 관심김모씨(46) 가족은 2년 전 경기도시공사가 조성 중인 가평군 ‘북한강 동연재’ 전원주택 단지로 이사 왔다. 분양가 3억원에 매입한 3층 땅콩주택(대지면적 198㎡, 층당 건축면적 36㎡)이 새로운 보금자리다.
'창의적 교육' 혁신학교 많고
읍·면 농어촌특별전형 유리
기숙사 갖춘 고교도 '매력'
"학생 늘어 경쟁 치열" 지적도
김씨 가족은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에서 8년, 서울 강북구·마포구 등에서 10여 년을 살았다. 아파트 숲에서의 삶이 지긋지긋했던 김씨는 전원주택행을 결심했다. 결심을 굳히기 전 마지막까지 마음에 걸린 게 두 아이 교육 문제였다.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너무 원했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사교육을 못 받아 뒤처질까 우려했다. 그러나 양평 가평 남양주 광주 등엔 창의적인 교육을 하는 혁신학교가 포진해 있는 데다 서울 소재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점을 알고 안심했다. 김씨는 “농어촌특별전형을 활용하면 대학 진학의 문이 넓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대학 진학 카드 하나 더 보유
농어촌특별전형, 기숙사형 학교 등을 활용해 자녀 교육에 성공하고 전원생활까지 누리려는 학부모가 꾸준히 전원주택을 찾고 있다. 경기권에서는 면학 분위기가 좋은 읍·면 소재 고등학교 인근 전원주택이 인기다. 가평군 양평군 남양주시 광주시 일부 읍·면 지역 등이 해당한다.
가평읍 가평고 일대에선 전원주택에서 생활하거나 펜션으로 수익을 내면서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도 있다. 가평고 설악고 등에는 기숙사 시설이 마련돼 있다. 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수용한다.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돼 사교육비가 크게 절감된다는 게 학부모들 얘기다.양평군 용담리의 양서고도 농어촌특별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 기숙사를 갖추고 있고 휴대폰을 쓰면 퇴사 조치하는 등 교육열이 높은 학교로 동네에서 유명하다. 지난해 14명의 졸업생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일반고 중 서울대 합격자 배출 9위다. 인근 문호리, 수능리 일대 전원주택 가격대(대지 330㎡에 건물 115~132㎡ 안팎)는 5억~10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남양주시 진건읍 송능리에 있는 진건고 맞은편엔 ‘전원빌라’가 들어서 있다. 집 앞의 텃밭을 공동으로 가꾸고 자연환경을 즐기면서 다세대 주택에 사는 것이다. 자녀는 기숙사를 갖춘 진건고에 보내고 있다.
농어촌특별전형은 일반 수시와 함께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한 번 더 생긴다는 장점이 있다. 농어촌특별전형 대상인 한 고교의 류모 교사는 “대도시 학생에겐 없는 또 다른 카드를 가진 셈이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다”며 “전략을 잘 짜면 자신의 내신·수능 성적으로 꿈도 못 꾸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전원생활이 주목적 돼야
농어촌특별전형 대상이 되려면 농어촌 소재지 학교에서 중·고교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3조에 따른 읍·면 지역과 도서·벽지 교육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른 도서·벽지 지역이 대상이다. 읍·면 소재의 중·고교를 다니면 농어촌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시(市) 단위의 읍·면이어도 해당된다. 각 대학에서는 입학 정원의 4% 이내를 선발한다. 농어촌 지역 학생끼리 정원 외 선발을 두고 경쟁한다. 당초 농어촌특별전형은 고교 3년만 이수하면 가능했지만 2016년 6년으로 바뀌었다. 초·중·고 12년을 농어촌 소재지 학교에서 교육받으면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더 많아진다.
조봉훈 알에스코리아 대표는 “양평군은 서종초 등 혁신학교부터 시작해 중·고교를 모두 이곳에서 보낸 뒤 서울 소재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전원주택 전문 개발업체인 드림사이트코리아의 이광훈 대표는 “학생 간 경쟁이 치열한 건 전원마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시골행은 교육이 아니라 전원생활이 주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